사업장 내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5층짜리 ‘PDP동’에 들어서자 대형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2대가 방문객을 반긴다. 한 대는 2001년 이곳 생산라인을 처음으로 가동하면서 만든 최초의 PDP이고, 다른 한 대는 지난달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다면취(多面取)’ 공정에서 나온 1호 제품.
“다면취 공정 덕분에 PDP 생산라인의 생산성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구두 대신 실내화를 신은 이 회사 배철한 PDP본부장(부사장)은 덕분에 PDP의 대중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면취 공정이란 유리기판 1장에서 여러 장의 PDP 모듈을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 배 본부장은 “다면취 공정을 쓰면 전극과 형광체 등을 입히는 핵심공정의 반복 횟수를 줄일 수 있어 같은 라인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다면취 공정 도입을 발표한 뒤 불과 11일 만에 생산라인을 풀가동해 경쟁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6년 앞서 시장에 뛰어든 일본 업체들도 안정화에만 8개월 이상 걸렸던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건물 3층 작업장에 들어서자 패널공정을 마친 PDP패널들이 컨베이어벨트에 차곡차곡 쌓여 모듈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각의 패널은 4층과 5층의 클린룸 공정을 거쳐 핵심공정의 대부분을 마친 상태. 전극, 유전층, 격벽, 형광체 등을 입힌 유리기판 2장을 붙인 패널 1장의 두께는 5.6mm. 유리기판 사이 미세한 틈 속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플라스마 가스가 들어있어 이것이 형광체를 자극해 갖가지 색상을 빚어낸다.
길이가 200m나 되는 모듈조립라인 한 쪽은 칸막이를 쳐놓은 채 확장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1층과 2층에 새로 짓고 있는 PDP 2기 라인 클린룸 시설에 맞춰 조립라인을 넓히고 있는 것. 임순천 상무는 “내년 초 2기 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면 지난달까지 2만5000대에 머물렀던 월 생산량이 10만5000대로 늘어나 세계 최대의 PDP 생산업체가 된다”고 밝혔다. 올 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생산라인의 효율(양품률)도 90% 이상으로 높아짐에 따라 이 회사는 이달 들어 사업시작 2년여 만에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업계 최고의 화질을 갖춘 PDP 모듈을 생산해 기술면에서도 ‘세계 1위’를 부르짖고 있다.
이병학 PDP개발팀장(상무)은 “최근 생산을 시작한 밝기 1000칸델라(cd/m²), 명암비 3000 대 1의 PDP는 세계 최대형 70인치 모듈과 함께 다른 어떤 경쟁사도 만들지 못한 제품”이라고 자랑했다.
천안=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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