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개막식을 가진 프랑스 전시관의 컨셉트는 ‘생활’. 프랑스 하면 으레 연상되는 패션 향수 화장품 등 사치용품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가정 직장 레저 육아 운송 등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5개 분야에서 기능성을 중시한 50여점의 디자인이 전시됐다.
계단 손잡이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고무 그립, 무게와 크기를 줄인 플라스틱 카약, 조립 과정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철제 장난감 등 고정된 사고의 틀을 조금만 바꾸면 금방 생각해 낼 수 있는 디자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된 작품은 한국의 ‘굿 디자인’에 해당하는 프랑스 산업부의 ‘옵세르뵈르 뒤 디자인’상을 받은 디자인들로 프랑스 백화점이나 상점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다.
전시관을 돌아다니며 직접 설명을 맡은 안 마리 부탱 프랑스산업디자인진흥원(APCI) 원장은 “프랑스 디자인이 강한 이유는 독립 디자인 회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한국 기업들이 내부(인하우스) 디자인 인력에 의존하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디자인 아웃소싱(외부조달)이 보편화되어 있다. 4, 5년 과정의 프랑스 디자인 전문학교에서 배출되는 디자이너들이 자율성이 높은 독립 디자인 회사를 선호하다 보니 기업들의 일감도 자연히 이쪽으로 많이 몰린다는 것. 이날 전시된 상품들도 프랑스 대기업이 만든 것이지만 디자인은 외부 전문업체들이 담당했다고 부탱 원장은 설명했다.
한 층 위에서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전. 날렵한 디자인의 최신형 스포츠카들이 전시된 덕분에 특히 젊은 관람객들이 많이 몰렸다.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초벌 스케치에서 도면 작업을 거쳐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설명해 주자 관람객들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과정을 공개한 것은 자동차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이 적극 반영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 제킨 루이지노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엔지니어 설계가 끝난 후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기획과 컨셉트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이 개입된다”면서 “이탈리아 자동차가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조화시킬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우수디자인 상품전은 이달 28일까지,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전은 다음달 12일까지 열린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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