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할말을 잃은 투자자들의 한숨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도 주가하락 원인과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물으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불과 1000억∼2000억원의 외국인 선물 매매에 따라 300조원에 이르는 증시가 뿌리째 흔들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14.90포인트 떨어져 이틀 만에 연중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줄곧 내리기만 하던 뉴욕 증시가 반등에 성공하자 개장 초에 종합주가지수는 637.01, 코스닥지수는 47.44까지 올랐다. 오전 10시 현재 상승종목은 거래소 340개, 코스닥 365개나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종목이 줄어 마감 때는 거래소 192개, 코스닥 223개였다. 시세판은 투자자의 멍든 가슴처럼 시퍼렇게 물들었다.
이날 주가를 갑작스럽게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 코스피200선물을 2646계약, 1052억원어치나 순매도해 선물 12월물 가격을 3.19% 끌어내렸고, 이 여파로 프로그램 차익매물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했다. ‘혹시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외국인의 선물매도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거래소가 무너지자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으며 수요기반이 취약한 코스닥시장이 무참하게 무너졌다. 코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악의 상황이었던 외환위기(60대)는 물론 전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던 9·11테러 직후(46.05)보다 더 떨어진 45.83으로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주가가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희망의 싹도 잘 보이지 않는다. 미-이라크 전쟁과 기업의 실적악화, 브라질 등 남미의 금융위기 우려와 전세계 주가 동반하락 등 잇단 악재로 증시는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 있다.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