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많이 파는 증권사와 은행에 물었더니 대체로 비슷한 대답이 왔다. 운용사의 운용 철학과 시스템, 과거 수익률과 투명성 등이다.
그러나 이런 비슷한 기준으로 뽑아 놓은 펀드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부분 자기 회사의 자회사 또는 계열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가장 많이 팔고 있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쁘다는 말이 있듯이 펀드 판매사들은 아무리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우리 식구’가 가장 좋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태를 한번 보자.
7월말 현재 판매잔액이 5조원 이상인 증권사 7곳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들이 판매하는 펀드의 79.8%는 계열사 상품으로 나타났다.
또 8월말 현재 판매잔액 1조원 이상인 은행 6곳 가운데 계열 운용사가 있는 5곳이 판매하는 펀드의 78.8%가 계열사 펀드로 집계됐다.
한국투신증권이 파는 펀드의 94.6%는 한국투신운용의 상품이고 신한은행은 99.9% 신한투신운용의 상품을 판다.
이렇게 된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999년 대우그룹 부도사태가 나기 전에는 판매사들이 다양한 운용사의 펀드를 팔았다.
그러나 운용사들이 몰래 대우채 등 부실채권을 산 것이 드러나 판매사도 손해를 보게 되자 ‘계열사 펀드라야 믿을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지금은 사정이 변했다. 펀드 운용이 투명해졌고 시장에 감시자가 많아 ‘내 식구라야 믿을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었다. 오로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사심 없이 펀드와 운용사를 골라 추천하는 판매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펀드와 운용사가 특색 없이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판매사들이 계열사 키워주기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 좋은 펀드를 사고 싶은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판매사에 속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여러 판매사와 펀드평가사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아 비교하고 펀드의 수익률과 건전성 등을 비교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별 주거래 운용사의 비중 | ||
회사
| 판매잔고(원)
| 운용사(비중,%)
|
삼성
| 21조4324억
| 삼성투신(90.0)
|
대한투신
| 16조1410억
| 대한투신(91.3)
|
한국투신
| 15조9064억
| 한국투신(94.6)
|
현대투신
| 13조5025억
| 현대투신(93.3)
|
제일투신
| 8조4372억
| 제일투신(93.4)
|
LG투자
| 7조5539억
| LG투신(59.69)
|
현대
| 6조7093억
| 국민투신(36.5)
|
증권사 판매잔고는 7월말, 은행은 8월말.
은행별 주거래 운용사와 운용 비중 | ||
회사
| 판매잔고(원)
| 운용사(비중,%)
|
국민
| 10조1901억
| 국민투신(60.3)
|
조흥
| 2조1794억
| 조흥투신(55)
|
우리
| 1조7990억
| 우리투신(64.6)
|
씨티
| 1조6844억
| LG투신(26.11)
|
신한
| 1조6145억
| 신한투신(99.9)
|
하나
| 1조4557억
| 하나알리(89)
|
자료:투자신탁협회 및 각 회사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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