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에스테 로더와 매장을 나란히 하고 있는 이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가 기저귀 ‘큐티’도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837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동서지간인 윌리엄 프록터와 제임스 갬블이 비누회사로 세운 프록터&갬블(P&G). 제품과 함께 회사를 알리는 데 열심인 일반 기업과 달리 이 회사는 철저하게 회사를 뒤로 숨기고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을 165년 간 펼쳐 왔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종업원 10만여명, 연매출 392억달러(약 49조원)짜리 회사로 컸다. 1989년 한국에 진출한 한국P&G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6300여억원. P&G의 철저한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들이 ‘SKⅡ’와 ‘큐티’를 연관시키지 않고 ‘SKⅡ’는 ‘SKⅡ’이기 때문에, ‘큐티’는 ‘큐티’이기 때문에 믿고 사게 하고 있다.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책임지는 한국 P&G의 브레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본사 1층 사무실에 모여 있는 브랜드매니저(BM)들이다.
BM의 역할은 시장조사 제품기획 가격정책수립 광고 영업에 이르기까지 마케팅 전체를 책임지는 일. 한국지사 사장은 앨 라즈와니이지만 각각 브랜드의 사장은 BM인 셈이다.
한국P&G BM 30여명 중에는 경력사원이 단 한 명도 없다. P&G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P&G식 교육을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배워 올라와야 하기 때문. 직장 경력이 있어도 P&G에서 BM을 하고 싶으면 신입사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BM들이 받는 교육은 1년에 300시간. ‘교육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르다 보면 때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간에 일어서서 교육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성과도 중요하다’는 원칙에 따르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세계 80개국의 지사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M넷’(마케팅 네트워크)은 BM들의 아이디어의 원천. 여기에는 165년 간의 마케팅 사례가 저장돼 있으며 CEO들이나 펼쳐볼 만한 고급정보가 가득 차 있다. ‘사람이 무기’인 P&G는 교육내용을 철저한 대외비로 감추고 있다.
섬유탈취제 ‘페브리즈’ BM인 김동현 대리(28)는 “교육을 받아오면서 국제적인 시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으며 경쟁상대를 국내가 아닌 세계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리대 ‘위스퍼’ BM인 김기원 대리(28)는 “나이에 비해 주어진 책임이 커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마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한국P&G의 제품들 | |
주방 및 세제류 | 아이보리(Ivory)비누, 조이(Joy)주방세제, 페브리즈(Febreze)섬유탈취제 |
종이제품 | 코디(CODI) 샤민(Charmin)화장지, 큐티(Cutie)기저귀, 위스퍼(Whisper)생리대, 아텐드(Attend)성인용기저귀 |
미용 및 화장품 | 팬틴(Pantene) 비달사순(Vidal Sassoon) 샴푸 및 모발관리용품, SKⅡ 화장품 |
식음료품 | 프링글스(Pringles)감자칩 |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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