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일보 등 중국 언론은 17일자에서 중국축구대표팀이 한국을 꼭 꺾어 주기를 당부했다. 이번 경기는 하늘이 준 기회(천시·天時)로서 홈경기의 이점(지리·地利)과 국민의 일치된 바람(인화·人和)이 있으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중국은 예부터 큰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천지인의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보았다. 대국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중국 국민의 사기를 위해 이겨 달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주문이 강했다.
경기 하루 전 세르비아 출신인 중국의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감독은 “17일은 30년 동안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한 한국을 이기는 날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잘 준비했고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자들은 한국의 허정무 감독에게도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직접 써가며 “공한증이 한국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자주 던졌다.
경기가 끝난 17일 오후 페트로비치 감독은 “선수들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기자는 “경기 전에는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비난조로 되묻기도 했다.
일부 중국 언론은 “공한증이란 미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경기를 전후해서 이 단어는 수시로 오르내렸다. 30년 동안 한국을 상대로 11무 16패를 기록한 중국은 공한증을 무시하거나 탈피하려 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공한증이라는 단어는 경기장 안팎을 떠돌면서 중국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충칭=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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