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유일한 생산기지인 부산공장에서 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 시작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협력업체들이 “이러다 우리가 먼저 죽는다”며 절박하게 호소해 왔다. 이제는 회사 내부에서조차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앞뒤 돌아보지 않고 강경투쟁만 이끄는 노조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회사가 내년에 내놓을 전략 신차 ‘XM3’의 시험 생산을 주말에 진행하려고 하자 노조가 막아섰다. 그러자 현장 근로자 일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신차 가뭄에 시달려온 르노삼성차의 미래가 걸려 있는 시험 생산이 파업 때문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고, 노조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한 고참 현장 근로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무 강도 완화와 처우 개선 요구에 많은 노조원들이 동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투쟁 방식에는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산 물량이 있고 직장이 있어야 직원과 가정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얼마 전 노조를 탈퇴했다.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나는 영업 일선의 아우성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대리점의 한 젊은 직원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구매 문의가 4분의 1가량 줄었다”고 했다. 르노삼성차가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할지, 나중에 애프터서비스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커지는 것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해석이었다.
이러다 보니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파업 기간에 생산한 차는 품질에 문제가 있으니 사면 안 된다”라거나 “르노삼성차도 귀족 노조일 뿐”이라는 공격과 비난이 난무하다. 올해 한국에서 9만3000대를 팔겠다는 르노삼성차는 4월 말 현재 판매실적이 목표에 12% 이상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강도가 세다며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정당한 부분도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도 “본사 직원들에게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도로 바쁜 것 같더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안팎에서 “그렇더라도 정도가 심하다”며 집행부를 비판하는 상황이면 요구 수준을 낮춘 상태서 합의하는 게 맞다. 투쟁의 목표가 판을 깨자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23∼25일에 다시 집중 교섭에 나섰다. 회사의 위기를 말하는 직원들은 노조 집행부가 “일부의 의견만 들으며 혼자 달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사가 적절히 양보한 잠정합의안을 만들고 노조원들에게 찬반을 물어보면 사태의 진실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 10일 69%에 이르렀던 파업 참가율은 15일 58%로 떨어졌고 19일엔 48.5%로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르노삼성차의 현재와 미래엔 2, 3차 협력업체들까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회사 밖 사람들도 이제 부산공장 ‘다수’의 생각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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