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편향 교육 막을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현장에서/강동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8일 03시 00분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교사들이교실 내 사회 현안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교사들이교실 내 사회 현안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강동웅 정책사회부 기자
강동웅 정책사회부 기자
1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 초중고교 교사 78명이 모였다. 올 10월 ‘정치편향’ 논란이 있었던 서울 관악구 인헌고 사태를 계기로 학교에서의 사회 현안 교육 실시 여부를 놓고 토론하기 위해서다.

교사 78명 중 70명가량은 ‘교실 내 사회 현안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교사가 지켜야 할 7개 원칙을 만들었다. ‘교사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자료 제공을 통해 중립성을 유지한다’ ‘일방적인 주입, 교화를 지양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 결론에 도달하도록 교사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교사의 충분한 이해를 기초로 균형적 시각을 제공한다’ 등이다. 교사들은 7개 원칙이 “원론적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 방식의 추진 방향을 논의한 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한 원칙이 실제 교실에서도 잘 지켜질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현직 교사는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회 현안을 설명해도 교사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학생들에게 강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원의 정치편향’을 이유로 1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올 10월 서울의 한 중학교 역사과목 교사는 수행평가 과제를 소개하면서 한 여권 인사의 책으로 독후감을 쓰면 최고 A등급을, 다른 책을 선택하면 최고 B등급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6월에는 한 고교 교사가 수업 때 특정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학교 내에서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방법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편향된 사상을 주입하는 것에 대해 마땅한 제재 방안도 없이 사회 현안 교육을 도입하면 인헌고 같은 사태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편향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육 당국의 자의적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14건의 정치편향 민원 중 논란이 된 인헌고를 제외한 13건은 모두 장학이나 감사, 징계 등 이렇다 할 조치 없이 자체 종결로 처리됐다.

교육당국이 학교 현장에서 추진하는 사회 현안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취지를 실현하려면 현장 교사들의 걱정과 우려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강동웅 정책사회부 기자 leper@donga.com
#서울시교육청#교원#정치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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