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에 참여할 학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학습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연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선거교육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에 참가할 초중고교 40곳을 선정해 23일 발표했다. 그런데 학교 명단은 교육이 끝날 때까지 비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비공개 이유로 ‘외부의 개입이나 영향’을 들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언론 등의 지나친 관심 탓에 자칫 의도하지 않은, 왜곡된 보도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교육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우려와 논란을 감안할 때 서울시교육청의 비공개 방침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떳떳한 사회 현안 교육이라고 강조하면서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밀실교육’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볼 때 그런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총선교육의 실무를 맡은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이사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총선교육 과정을 관리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추진단’의 단장으로 참여연대 소속인 영산대 장은주 교수를 선임했다. 장 교수는 2017년 한 언론에 실린 칼럼에서 “자유한국당 퇴출”을 주장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정치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서 촉발된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 논란은 행정소송으로까지 비화됐다. 선거 가능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교실의 정치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총선교육과 관련해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 예산 1950만 원이 지원된다. 교사 수당 450만 원, 수업 지원비 470만 원, 홍보비 400만 원, 강사료 50만 원, 교통비·통신비·시설사용료 등 480만 원, 일반관리비 100만 원 등이다.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총선을 계기로 선거와 사회 현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이 이뤄질 장소와 내용을 꽁꽁 숨기면서 진행하는 건 분명 교육 상식에 어긋난다. 교실의 정치화와 정치편향 논란을 차단하려면 총선교육에 찬성, 반대하는 사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대상 학교는 물론이고 교육과정과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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