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6일 4·15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로 평일이었다. 교직원공제회 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하지만 차 이사장은 교직원공제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가 아닌 금천구 독산동의 기자회견장에 있었다. 하루 연차 휴가를 내고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공제회 이사장이라는 현직을 그대로 가진 그는 60여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한 분 한 분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로 기꺼이 사용되겠다”고 했다. 배경의 파란 현수막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현)’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교직원공제회로부터 제출받은 차 이사장의 일정표와 휴가 일정 등을 확인해보니 지난해 1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그의 공식 일정은 대부분 오전이면 끝이 났다. 12월 24일은 오후 2시 이후 ‘내빈 응대’가 일정의 끝이었고, 27일은 낮 12시 오찬이 일정의 마지막이었다. 1월 들어서도 그의 공식 일정은 11시 30분 오찬, 12시 오찬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차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7시에 출근해서 바쁜 업무는 오전에 최대한 끝내려고 한다”고 했다. 23일 2시간, 26일 전일 휴가를 낸 것에 대해서 그는 “원래 연말, 연초에는 업무가 많지 않다”고 했다.
독산동에서 차 이사장은 ‘민주당 예비후보자’란 직함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현직 공공기관장이다. 차 이사장이 선거에 임박할 때까지도 이런 두 가지 활동이 가능한 것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맹점이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분이 50% 미만인 공공기관 임원은 선거일 90일 전 사퇴해야 한다는 법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 지분이 적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임원이 현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이런 ‘공공기관 현직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출마를 저울질하는 다른 일반 공직자들은 할 수 없는 행보다.
그런 차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금천구청장을 지내는 등 약 10년을 공직에 있었다. 비교적 오랜 공직 생활을 했지만 ‘공(公)적 자원의 사(私)적 사용 금지’라는 명제조차 잊었다는 지적도 야권에서는 나온다. 교직원공제회에 사표를 내지 않는 한 공공기관장인 차 이사장이 관용차량을 타고 선거운동 행선지로 가는 것도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곽 의원은 “야당 후보들은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는데, 이런 행태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반칙과 특권의 청산’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4·15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청와대, 정부, 공공기관 등 이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져 논란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원만 60명이 넘는다는데 차 이사장 같은 사례를 찾아보면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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