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 책임이 우선[현장에서/서형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1일 03시 00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서형석 산업1부 기자
서형석 산업1부 기자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걸 반길 사람은 없다. 하지만 회사가 처한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뜻을 모았다.”

11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 손실만 3000억 원인 자동차 기업. 경영 상태가 심각해지자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들은 지난해 9월 상여금을 반납하고 복지 혜택도 포기했다. 12월엔 노동조합도 상여금 200%와 성과급 반납에 동의했다. 해외에서 본받아야 할 노사관계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일본 자동차 회사 얘기가 아니다. 무쏘, 코란도로 기억되는 한국 쌍용차의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모범 사례일 텐데, 안타깝게도 이어진 스토리는 모범 사례와 거리가 멀다.

쌍용차가 경영난에 처한 건 소비자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2016년 티볼리 출시 이후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던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경쟁사의 신차에 밀리고 있다. 기대했던 수출도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와 같은 변수로 1년 새 20%가 줄었다.

상여금 반납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파완 고엔카 대표는 최근 방한해 KDB산업은행 등을 찾아갔다. “쌍용차에 2300억 원을 투입할 테니 산업은행이 중심이 돼 한국 정부가 도와 달라”는 게 요구였다. 기존 대출금보다 큰 수천억 원의 추가 대출을 요구했다는 말도 나오고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의 연장을 요청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라도 해서 기업이 살아난다면 무리이긴 하지만 못 할 지원도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로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며 미래차에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있을 때 2300억 원으로 현재 시장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론 기업이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힌드라는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가 지원하면 어떤 전략에 따라 쌍용차가 어떻게 살아날지 공개한 적 없다. 그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일자리에 목맬 것으로 판단했는지 고엔카 대표는 산업은행에 이어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을 뿐이다. 이 부위원장은 “고엔카 대표가 쌍용차 미래 청사진을 안 갖고 왔다. 우선 청사진을 한국에 보여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선 지분 74.65%를 가진 대주주 마힌드라가 더 크게 책임져야 한다. 한국 기업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 과감한 주력 차종 변경, 외부 물량 위탁생산, 신규 자본 유치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더구나 마힌드라는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기준 매출 150억 달러(약 17조4000억 원), 영업이익 12억 달러(약 1조3920억 원)를 올린 우량 기업이다. 몇 년에 걸친 2300억 원 지원으로만 한정하기엔 쌍용차 경영난이 급박하다.
 
서형석 산업1부 기자 skytree08@donga.com
#쌍용차#마힌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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