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없음’ 결론이 나왔지만 여전히 ‘재산상 이익 제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라 답답할 따름입니다.”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21일 검찰은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한남3구역 입찰 시공사 3곳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수주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도정법을 둘러싼 정부와 수사기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 3곳이 저마다 이주비 무상 지원, 일반분양가 7200만 원 보장, 임대주택 제로(0)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수주전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합동점검을 벌인 끝에 “3개 건설사의 20여 개 제안이 도정법 132조를 위반했다”며 입찰을 무효화하고 시공사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를 두고 정비업계에선 ‘정부의 행정에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식 서비스, 커뮤니티시설 제공마저 불법이라고 했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기본 옵션이 된 지 오래”라며 “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갑자기 불법이 됐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를 진행한 검찰의 판단 역시 서울시와 달랐다. 이주비 무이자 지원 등은 시공사가 이행해야 할 계약 채무(시공조건)일 뿐 재산상 이익 제공이 아니라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분양가 보장과 임대주택 제로 등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조합 측이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처리할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애초 정부의 수사 의뢰가 무리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권동영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그간 판례는 현금 살포나 직접적인 현물 제공 등 뇌물적 성격이 강한 행위에 대해 제한적으로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판단했다”며 “시공사의 제안 조건을 광범위하게 부정행위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불기소 방침을 밝힌 21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곧바로 설명 자료를 내고 “검찰의 판단과 별개로 입찰 무효 등의 행정처분은 유효하다”고 했다. 형사적으로 기소할 수 없지만 서울시의 권한으로 입찰 과정에서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수주전 과열을 막기 위한 행정기관의 노력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 일변도의 행정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면 피해는 신규 주택을 기다리는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이 모호한 입찰제안서의 공사 가격, 부대 비용 등의 항목을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찰 과정에서 시공사의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불법은 엄단하는 정교한 규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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