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늘(10일) 국내 대형 항공사 및 저비용항공사(LCC) 대표들을 만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한다. 김 장관이 항공사 대표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취임 이후 처음인 김 장관의 만남 요청에 대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항공업계는 2년 동안 수차례 장관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항공업계가 여행 수요 감소와 고유가, 환율 불안정 등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 여행 불매운동으로 치명타를 입자 정부에 도움을 호소했다. 급기야 국내 5개 LCC 대표들은 지난해 10월 정부에 “일본 무역 규제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니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공동 청원서까지 냈다.
하지만 대답은 ‘노(NO)’였다. 국민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에 따른 피해를 지원해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는 동안 이스타항공이 매각됐고 항공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임원 감축 등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해 모든 항공사가 적자를 냈다. 한국 항공산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다.
지난해 김 장관이 참석한 항공업계 행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심포지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항공산업 취업박람회, 조종사 양성 협약 등 국제 행사와 일자리 관련 행사뿐이었다. 지난해 11월 국내 항공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항공의 날’ 행사에도 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항공사들이 사실상 벼랑 끝까지 몰리고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이제야 자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항공업계의 섭섭함이 이해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 장관이 지난 2년 반 동안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정책에 쏟아부은 관심에 비하면 항공업계는 소외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노선 운수권이나 각종 징계를 결정하다 보니 항공사를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김 장관이 항공업계 대표들과 늦게나마 만나는 것은 다행이다. 김 장관이 당초 17일에 만나려는 일정을 앞당긴 것도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그만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15년 메르스 사태, 2017년 사드 여파 때도 항공업계를 지원해준 사례가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김 장관이 이번 만남을 통해 국내 항공사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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