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유명 초등생 수학학원에서 ‘입테’가 실시됐다. 입테는 ‘입학 테스트’를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생에도 불구하고, 8일 중등과정과 9일 초등과정 테스트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각각 3차례 진행됐는데 모두 마감이었다.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다른 지점도 마찬가지였다.
학원 측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시험을 연기할 수 없고, 그 대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공지했다. 이 덕분에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는 110분 내내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이 학원의 입학 테스트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종전 중등과정 테스트 전국 평균이 100점 만점에 18점이었다고 한다. 문제를 절반도 못 풀고, 울면서 시험장을 나오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어린 학생들이 마스크까지 쓰고 복잡한 문제를 푸느라 꽤 힘들었을 것이다.
해당 학원에는 송파구 학생도 많다. 19번 확진 환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많이 찾는다.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서울시교육청이 휴업명령을 내린 학교 학생들도 있다. 학원 측이 해당 학생들의 테스트 참가를 제한하지 않아 다른 지역 일부 학부모가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원 측이 ‘불안한 분들은 취소하거나 추가 시험에 응시하면 된다. 단, 추가 시험 합격자는 본시험 합격자 미등록으로 결원이 생겨야 입학할 수 있다’고 공지하자 반발이 사그라들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잇따르며 휴업하는 학교가 많다. 하지만 교육특구 학원들은 예외다. 새 학기를 앞둔 2월은 선행학습에 집중하는 시기여서다. 교육청도 학교에 휴업명령을 내릴 순 있어도 학원에 휴원을 강제할 수 없다.
학원들도 감염을 막으려고 노력한다. 수강생들의 발열을 확인하고, 손 소독제도 비치했다. 사설업체를 통해 소독도 한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요소는 많다. 유명 학원은 대부분 학교보다 학생 수가 훨씬 많다. 강의실도 비좁다.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는 학생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학원을 빠지는 학생은 거의 없다. 접촉자 동선에 포함됐다며 학교 휴업을 요구하는 학부모가 많지만 학원은 보낸다. 신종 코로나도 걱정이지만 내 아이가 뒤처지는 게 두려운 탓이다. 그 대신 각자 나름대로 안전 요령을 만든다. 식당 대신 차에서 먹일 도시락을 준비해 가고, 토론 시간에 발표하지 말라고 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채용 시장이 얼어붙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상 3월 초에 대기업 공채 접수가 있는데 올해는 공고가 없다. 기업들이 전형을 미룬다는 얘기만 들려온다. 어두운 미래를 뒤로하고, 오늘도 신종 코로나를 뚫고 학원에 가야 하는 학생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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