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사실상 고액권 지폐 같은 역할을 하면서 연간 10억장 가까이 사용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고액권 발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액권을 발행하면 물가가 오르고 뇌물수단으로 쓰이면서 부패의 단위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1만원권은 73년에 등장해 지금까지 최고액 화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394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900달러로 22.6배로 증가했다.
그동안 물가 수준도 20배 이상 높아졌다. 73년 쌀 한 가마(80㎏) 가격은 1만원선이었으나 지금은 20만원을 웃돌고 버스요금도 성인 기준 20원에서 600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화폐 단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자 그 틈을 자기앞수표가 메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교환된 자기앞수표는 모두 10억7341만장. 올 상반기(1∼6월)에도 5억5274만장의 자기앞수표가 교환됐다. 하루 평균 교환되는 자기앞수표는 378만여장에 금액으로는 5조8270억원에 이른다. 자기앞수표의 85% 정도는 10만원권이다.
은행연합회는 올해 12억5000만장의 자기앞수표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10만원 수표의 용지값은 장당 24.5원으로 1만원권의 70원에 비해 싸다. 그러나 수표의 수명은 7일에 불과해 1만원의 4년(1000원권과 5000원권은 2년)과 비교하면 자원 낭비가 심하다.
수표는 유통 때 발급 수수료(건당 50∼100원)와 다른 은행이 발행한 수표를 입금할 때 내는 추심료(건당 1000∼2000원)가 붙는다. 은행에 돌아오면 5년간 마이크로필름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이런 부대비용은 고스란히 은행고객 부담으로 떠넘겨진다.
은행연합회는 자기앞수표 장당 관리원가를 1000∼3000원 정도로 볼 때 수표 사용에 따른 비용이 연간 1조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고액권 발행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박태원 한은 발권국장은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바로 고액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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