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오르기 전 차 외관을 둘러봤다. 1495㎜의 높은 ‘키’, 짧은 오버행(앞 바퀴축과 범퍼간 거리), 그리고 두툼한 볼륨은 소형차의 세계적 추세를 따랐다. 승용차와 레저용차량(RV)의 조화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운전석에 오르자 시트가 높아서 앉는 동작이 편하고 시야도 넓었다. 하지만 초보나 여성 운전자들은 보닛이 전혀 안 보이는 운전석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듯했다.
밖에서 본 것보다 내부는 넓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몸을 좌우로 돌려도 불편하지 않고 뒷좌석은 어른 3명 타기에도 거뜬하다. 널찍한 대시보드, 원형 계기반과 환풍구 등 전체 인테리어가 국내 판매가 3000만원 이상인 폴크스바겐 뉴비틀을 닮았다. 운전대에 달린 핸즈프리도 울림이 없고 통화음질이 깨끗했다. 다만 몇몇 플라스틱 스위치에 별다른 디자인이나 기호가 없어 거칠다는 느낌도 들었다.
시동을 걸고 정지상태에서 들어본 ‘1.5 SOHC E-TEC Ⅱ’ 엔진의 소리는 중형차 못지않게 조용했다.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리자 차는 순식간에 앞으로 나갔다. 순간 가속력과 반응속도가 뛰어나 86마력의 엔진 힘이 100마력처럼 느껴졌다.
올릭픽대로로 들어서면서 시속 80㎞까지 속도를 높여봤다. 대용량 공명기 때문인지 차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가속과 감속 시 엔진회전수(RPM)의 변화와 서스펜션은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러웠다. 일본 아이신사(社)의 인공지능 자동변속기가 주행상태에 따라 기어비(比)를 알맞게 조절해줬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속도를 시속 100㎞ 이상으로 높였다. 시속 130㎞까지 순식간에 올라갔지만 역시 조금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판교 인터체인지(IC)로 빠져나오며 크게 코너링을 했다. 높은 차체임에도 쏠림 현상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시승을 끝내고 제원표를 살펴보니 연비는 ℓ당 14.2㎞(자동변속기 기준)로 국내 소형차 중 최고 수준이다.
뛰어난 주행능력, 정숙성 그리고 연비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에어컨, 자동변속기, 파워핸들 등을 장착하면 1000만원을 훌쩍 넘어버리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웠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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