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와 함께 독일 고급차 시장을 3분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다이내믹한 외관과 화려함으로 눈길을 끄는 반면 뉴A8은 자신의 잠재력을 알루미늄 차체 속에 숨기고 있는 듯 절제와 겸손이 돋보인다. 투박하기까지 한 외형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은 아우디 엔지니어들의 기술에 대한 강한 집착 탓일까.
그러나 자동변속기 옆에 붙은 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는 순간 뉴A8은 첨단 장치들이 서로 맞물린 ‘운전시스템’을 어쩔 수 없이 자랑하기 시작했다. 키를 꽂지 않고도 시동을 거는 것이 ‘첨단의 시작’이라면 버튼으로 트렁크를 닫는 것은 그 ‘마지막’이다.
거의 모든 조절장치들을 전자식 버튼을 통해 움직인다. 그러나 이들을 센터 콘솔에 자리잡은 MMI(Multi Media Interface)와 중앙 모니터를 통해 조절할 수 있어 운전할 때 집중도가 떨어지진 않았다.
독일 뮌헨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본사를 빠져나와 한가한 외곽도로에 접어들었다. 시속 100㎞가 넘는 고속 주행으로 진입하자 아우디의 진가가 서서히 느껴진다. 구절양장 농로 사이에서 보여주는 가속과 코너링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사실 국내 고속도로에서 수입 고급차의 ‘기량’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속도제한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속도감시 카메라 사이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봐도 시속 160∼180㎞가 고작이다. 아우디가 속도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으로 국내 취재진을 초청해 뉴A8 시승회를 연 것은 차나 취재진 모두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우토반의 1차로는 대개 시속 200㎞를 넘게 달리는 차들이 꼬리를 문다. 시속 200㎞로 ‘정신없이’ 달려도 어느새 뒤차가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며 비켜주길 재촉한다. 비켜주기 싫다면 220㎞ 정도는 달려야 한다.
8기통 4.2ℓ엔진을 단 뉴A8은 이 아우토반의 1차로를 달릴 자격이 충분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치고 나가고 손에 땀이 밸 정도로 급감속 능력을 자랑했다. 아우디 기술진은 “동급에서 가장 강한 뉴A8의 알루미늄 보디구조는 부식이 전혀 없고, 차의 무게를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에 비해 180∼20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시속 250㎞. 시야는 심하게 좁아졌지만 차체가 그다지 흔들리지는 않는다. 속도와 도로에 따라 저절로 현가장치(suspention system)가 움직여주고 운전대가 안정적으로 움직여준 덕택이다.
뉴A8의 철저한 방음설계는 220㎞가 넘는 고속에서도 운전자가 첨단 보스 스피커가 내뿜는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런 고속을 달려본 경험이 없었던 기자는 솔직히 스피커보다는 스피드에 정신이 팔려 음악을 즐길 틈이 없었다. 아우토반에서의 뉴A8 시승이라는 환상적인 체험에서 그것은 거의 유일한 ‘옥에 티’였다.
잉골슈타트(독일)〓박래정기자 ech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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