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입부에 속하는 SM3의 외관 디자인을 먼저 둘러보았다.
르노삼성 기흥연구소가 직접 디자인한 외관은 크롬 장식의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SM5와 닮았다.
차체는 뒤쪽으로 갈수록 창문이 낮아지고 차 엉덩이쪽이 높아져 SM5보다 날렵해졌다. 하지만 역시 최근 나온 국산 준중형차의 다이내믹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래 타면 정이 간다’는 르노삼성의 주장은 차량 교체기간이 짧은 준중형차 소비자들에겐 별 자랑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SM3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견줘볼 때 외관의 밋밋함은 트집에 불과하다.
플라스틱판과 판이 만나는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 굴곡을 드러낸 대시보드, 안경보관대와 같이 있는 앞쪽 실내등, 2단으로 된 중앙 수납공간, 운전대에 붙은 오디오 제어버튼 등은 중형차만큼이나 고급스럽다. 동급 최초로 사이드 에어백을 장착해 차문이 두꺼워지면서 기존 소형차 문을 닫을 때 나는 ‘깡’하는 철판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음료수대가 좀 뻑뻑하고 에어컨 조절장치에 너무 붙어있어 음료수를 놓기가 불편하다.
시동을 걸고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를 떠나 고속도로까지 나가봤다.
엔진은 세계적으로 성능이 입증된 닛산의 QG엔진(최고 출력 100마력). 저속에서 다소 들리던 소음은 고속으로 달리면서 사라졌다. 핸들링은 르노삼성이 내세울 만큼 부드러웠다.
동급 최고의 연비(13.8㎞/ℓ·자동변속 기준)를 위해 최종감속기어를 조정한 탓인지 소형차 특유의 순발력이나 가속력은 다소 떨어졌다.
과격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SM5의 현가장치(서스펜션)를 그대로 옮겨온 SM3의 편안한 승차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오래 타도 피곤하지 않다’는 르노삼성의 주장도 믿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차보다 20만∼30만원 더 비싼 1018만∼1231만원(자동변속기 장착 기준)의 가격은 인테리어, 연비, 승차감, 핸들링을 감안할 때 그리 비싸다고 할 수 없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