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의 첫 기획은 1999년 5월 대우차에서 시작했지만 2001년 중순부터 제너럴모터스(GM)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모델로 변했다는 것이 GM대우의 설명. 외부 디자인은 이탈리아 자동차전문 디자인회사인 피닌파리나이, 내부 디자인은 대우차 디자인포럼에서 맡았다.
차체는 전체적으로 누비라Ⅱ보다 5∼15㎜가량 커졌지만 큰 차이는 없다. 삼분할 그릴 등 전체적인 모습도 대우차의 패밀리 룩(Family Look)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차문 손잡이와 드렁크 손잡이 등에 크롬도금을 하는 등 점점 세련되고 있는 국내 1500㏄급 준중형차의 디자인 흐름도 잘 반영돼 있다.
실내를 들여다보니 중장년층까지 수요층을 확대하려는 듯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베이지색을 기본으로 대시보드에 검은색 패널을 덧댔고 나뭇결 무늬가 고급스러움을 더 한다.
운전대에 오디오 조정버튼과 핸즈프리 버튼을 단 것이라든지 전동 접이식 외부 거울, 앞 유리 하단 열선 내장, 와이퍼 작동속도를 조절하는 적외선 감지장치, 냉장 기능이 있는 수납공간 등은 중형차가 부럽지 않다.
차 밖으로 나와 후드를 열어보니 흔히 말하던 대우차의 엔진룸이 아니었다.
깔끔한 배선과 엔진 덮개는 물론이고 정비성을 고려한 배치, 그리고 공기청정기 덮개의고정장치 등 대우차가 가진 오랜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돼 있었다.
엔진은 106마력의 동급 최고 출력에, 역시 동급 최고수준인 연비 14.0㎞/ℓ(자동변속 기준)를 자랑한다.
연비에 비중을 둬 최대 토크 구간을 4200rpm으로 높인 탓인지 저속보다는 중속에서 매끄러운 가감속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시 140㎞/h 이상의 고속에서는 가속에 약간 주저함이 느껴졌다.
자동변속기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쓰고 있는 일본 아이신의 것을 장착했다. 아이신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거의 모든 속도 영역에서 변속 충격을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출발할 때 가속 페달에 발을 얹어 놓기만 해도 곧바로 앞으로 나가는 등 오른발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했다.
또 라세티가 가진 가장 눈에 띄는, 아니 귀가 뜨이는 장점은 바로 저소음이다.
가속 페달을 꽉 밟아도 엔진음이 실내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공회전일 때는 시동이 걸려 있는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다. 대우차의 노력이 ‘여기까지 왔구나’할 정도로 만족스럽다.
한 차원 높아진 GM대우차의 모습을 보니 경쟁회사들의 긴장된 표정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charleycha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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