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나선 지 30분쯤 됐을까, 조수석에 탄 선배가 농담 삼아 말을 꺼낸다.
픽 웃음이 났다.
시승차인 BMW 뉴530i를 몰고 강원 용평으로 출장 가는 길이다. 9000만원 가까운 고급 승용차. 요즘엔 한국에도 외제차가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다소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차에 어울리는 행색을 하고 있는지 차와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계속 신경이 쓰인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 조그만 문제가 생겼다. 커피를 뽑아 들고 차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멈춰야 했다. 주차장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BMW의 안팎을 신기한 듯 둘러보고 있는 게 아닌가. 유리창에 거의 코를 박은 채 안을 뚫어져라 보는 이도 있었다. 그 시선을 뚫고 차에 올라탈 용기가 없어 한동안 기다렸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달 국내에 처음 선보인 뉴5 시리즈의 겉모습은 BMW의 전통적인 디자인 컨셉트와 사뭇 다르다. 둥글둥글하고 얌전하던 이미지의 헤드램프 부분은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처럼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역동적인 보디라인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을 만하다.
성능도 한층 좋아졌다.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체의 무게를 75kg 줄였다. 가벼운 만큼 운전하는 느낌도 훨씬 날렵해졌다.
흡입과 배출 밸브의 타이밍을 조절해 성능을 향상시킨 ‘바이-배노스(bi-VANOS)’ 엔진은 출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연비를 올려준다고 한다. 출발한 지 6.9초면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시속 25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고속도로에서 달려보니 웬만한 속도에선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만 방심하면 속도계 바늘은 시속 150km를 넘었다.
소리에 대한 가치 판단은 그야말로 주관적이지만 BMW의 엔진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잘 절제된 타악곡 같다. 이틀간의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석양이 내리는 고속도로는 한적하다. 옆자리 선배는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다. 마치 자장가라도 듣는 듯한 표정이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