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혼다 세단 ‘레전드’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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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가 최근 국내에 발표한 4세대 ‘레전드’는 세계 최초로 엔진의 구동력이 4바퀴에 자유자재로 배분되는 SH-AWD 시스템을 적용해 커브길 선회 능력과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가 최근 국내에 발표한 4세대 ‘레전드’는 세계 최초로 엔진의 구동력이 4바퀴에 자유자재로 배분되는 SH-AWD 시스템을 적용해 커브길 선회 능력과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혼다코리아
레전드의 실내는 차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여유롭고 고급스럽다.
레전드의 실내는 차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여유롭고 고급스럽다.
혼다의 차종 중 최상위급 세단인 ‘레전드’.

자동차 엔지니어와 마니아들에게는 경이로운 차(車)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밋밋하다는 이중적인 평가를 받을 것 같다.

혼다는 장인(匠人)정신으로 똘똘 뭉친 자동차업체로 유명하다. 그들은 경제성이 없어도 기술적으로 욕심이 나면 피나는 연구를 통해 결과물을 내놓을 정도로 열정적인 유전자(DNA)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100% 알루미늄 차체인 스포츠카 ‘NSX’를 만들기도 했고, 2000cc로 무려 250마력을 내는 VTEC엔진을 상용으로 개발해 타사 엔지니어들을 숙연케 했다.

기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들이지만 이를 상품으로 멋지게 다듬어 내는 잔재주는 도요타나 현대자동차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전드를 시승하면서 다시 한번 그런 평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레전드의 핵심 기술은 SH-AWD(Super Handling-All Wheel Drive). 뛰어난 핸들링의 항시 4륜구동이라는 뜻이다.

엔진의 힘이 4바퀴에 자유자재로 주어지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도입한 것. 갑자기 만난 급커브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려 할 때 엔진 구동력을 선회하는 바깥쪽 후륜에 최대 70%까지 몰아주면서 차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일반 운전자들은 ‘내 운전 실력이 늘었나’ 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레전드는 뛰어난 선회능력을 보인다.

고속도로 진출입 램프에서 차가 미끄러질 정도로 빠르게 몰아대자 SH-AWD가 순식간에 작동을 하며 운전대가 향하는 곳으로 차를 흐트러짐이 없이 선회시켜 주는 모습에 기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혼다가 왜 ‘슈퍼 핸들링’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 만했다.

그러나 가속력은 제원표에 발표된 295마력답지 않게 233마력인 그랜저 3.3과 비슷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8.1초로 기대에 못 미쳤다. 최고속도는 시속 210km에서 제한된다.

혼다 측에서는 “고급휘발유를 쓰지 않아 본래의 출력을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외부 소음 차단은 훌륭했지만 상대적으로 타이어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도 흠이었다. 실내 모니터의 글자체나 메뉴 구성이 허술한 것도 눈에 거슬렸다.

레전드는 엔지니어들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입맛이 까다로운 국내 운전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도 보였다.

레전드는 V형 6기통 3471cc이며 가격은 6780만 원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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