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으로 투자할 만한 땅 없느냐’고 묻는 사람들 등쌀에 전화 받기가 겁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혀를 차며 하는 말이다.
“‘시골 땅을 조금 사 두고 10년 기다리면 대박이 터지지 않겠느냐’고들 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고수들에 따르면 땅 투자는 사람과 정보와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고수도 고배를 마신다고 한다.
왜 그럴까. 토지시장의 흐름 자체가 불확실성과 함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땅값 상승의 첫 신호탄은 개발계획에 관한 루머다. 누구도 확인해줄 수 없는 이런 소문을 믿고 몇몇이 과감히 달려든다. 그 결과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두 번째 땅값이 꿈틀대는 시기는 선거철. 개발정보가 헛소문으로 드러나거나 공식화되는 단계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손 바뀜이 끝나 땅값은 충분히 올라 있는 때다.
투자 기회를 두 번 놓친 사람들이 그 다음 몰려가는 곳이 법원 경매시장이다. 특히 토지의 실수요자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창고나 공장 건립 예정지를 물색하면서 경매 낙찰가율이 급등한다.
네 번째는 법원 경매에 자신 없는 투자자들이 현장의 급매물을 찾아나서는 단계. ‘아줌마 부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도 이때다.
토지시장은 이처럼 개발정보→선거→경매→급매물을 키워드로 순환한다. 투자자는 투자처, 매입타이밍, 가격에 대한 결단을 요구받는다. 그게 쉽지 않다.
가격만 해도 그렇다. 투자자는 시세와 공시지가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사는 사람 눈에는 공시지가만 보인다. 반면 파는 사람 눈은 온통 인근 지역의 최근 시세에 쏠려 있다. 그러니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 한마디가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요컨대 무엇인가에 씌지 않고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취향과 투자 계획에 맞는 땅을 제때 사서 팔 자신이 있는가.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명운을 거는 게 땅 투자요, 그래서 오랜 경험과 동물적인 감성이 필요하다고 고수들은 입을 모은다.
(도움말: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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