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sustainable) 여하(如何)를 묻는 질문이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다.
예컨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오염배출이 계속된다면 지구상 인간의 존속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인구가 80억명이 될 때까지라는 연구발표가 있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1t에 가까운 나뭇잎을 먹어치워야 했다. 숲이 황폐화되기 시작했지만 공룡들은 자기 생존기반인 먹이(숲)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지혜가 없었다. 그래서 따뜻한 지역의 숲이 황폐화되자 공룡들은 추운 북쪽으로 먹이를 찾아 옮아가야 했고, 따라서 후기 공룡의 화석은 툰드라 지대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발견된다. 먹이고갈로 인하여 공룡들은 몸집이 작아지고 번식력도 약해지면서 개체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6500만 년 전 혜성이 지구에 떨어지고 먼지가 햇빛을 가리면서 생존여건이 악화되자 공룡들은 멸종했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공룡보다 훨씬 약한 존재였던) 곤충들은 자기에게 먹이를 대어주는 현화식물을 위해 가루받이(서비스)를 해줌으로써 자기 생존기반을 육성시켰고 그 결과 곤충과 현화식물 모두가 번성을 구가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삶에 이르는 생존철학 4가지 기본모형을 살펴보자.
#생존철학 기본모형 (4가지)
자기의 생존기반 즉 숲(나뭇잎)을 먹어치우기만 한 공룡의 생존양식을 도식화한다면 너(먹이식물) 죽고 나(공룡) 살자는 모형이 된다. 일반적으로 생존주체인 나와 생존객체인 너 사이 삶과 죽음의 관계를 결합시키면 2×2〓4 즉 4가지 기본모형이 나타난다. 이들 4가지를 살펴보자. (도형 참고)
예수 그리스도 모형이다. 예수에게 너는 죄 많은 인간들이었고,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당신은 십자가에 못 박혔다. 베트남전 때 강재구 소령의 삶이 이 모형에 속한다. 그는 신병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덮쳐서 산화했다.
이것은 공자의 인(仁) 모형 같다. 오행(五行)철학에서 仁은 (생명을 상징하는) 木이고, 人+二의 결합이므로, 너와 나 둘(二)이 다 살아야 한다는 사상이다. ‘너 살고, 나 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만 개발한다면 이 모형은 가장 이상적인 생존양식이 될 수 있다.
한국형 부부싸움 모형이다. 좋게 보면 모두 같이 죽음으로써 공평성을 지향하는 정신이다. 그러나 나쁘게 보면 우리나라 경쟁기업간 해외건설 수주, 혹은 바이어 쟁탈전이 이 모형에 가깝다. 이 모형은 너와 나 모두를 파괴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생존양식이 될 수 없다.
행인을 친 후 자기만 살기 위해 달아나는 뺑소니 운전사 모형이다. 기업의 경우 소비자를 기만하면서 단기적 이익극대화를 추구하거나, 대기업이 자신의 원가절감노력을 하청중소기업에 (강제적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이 모형이 된다.
이상의 4가지 모형 중에서 나 혹은 너 둘 중 누구 하나라도 죽어야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생존양식이 될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길은 ‘너 살고, 나 살고’, 즉 인(仁)의 모형뿐이다. 다행히도 인(仁) 모형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방법론을 5억3000만년 생존경쟁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제1의 길) 프런티어 개척에 이어 나타난 제2의 길이다.
다음 글에서 이 모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윤석철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nu.ac.kr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