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기업경영의 기본은 무엇인가? 기업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줘야 존속할 수 있다. 소비자는 아무 제품이나 무조건 사주지 않는다. 제품의 가치(value·V)가 가격(price·P)보다 크다고 느낄 때만 구입한다. 이 조건을 부등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품의 가치(V)>제품의 가격(P)(1)
예컨대 P가 2000만원인 자동차를 사려는 소비자는 이 차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시승도 해본 후 20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느껴야 구입할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계량화(quantify)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실체이다.
다음에는 공급 측면의 조건을 살펴보자. 기업은 가격P가 코스트(cost·C)보다 커야 살아갈 수 있다. 이 조건을 부등식으로 표시하면 다음 식이 된다.
제품의 가격(P)>제품의 코스트(C) (2)
(2)식이 성립하면 기업은 P-C 만큼의 이익을 얻게 되고, 이 이익이 기업의 존속을 가능하게 한다. 부등식(1)과 부등식(2)를 결합시키면 다음 부등식(3)이 된다.
제품의 가치(V)>제품의 가격(P)>제품의 코스트(C) (3)
부등식(3)은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므로 이것을 ‘생존부등식’이라고 부르자.
생존부등식은 개인의 인생살이에도 적용된다. 직장에 취직해 있는 개인은 노동이라는 서비스(제품)를 직장에 제공하고 직장으로부터 봉급(P)을 받아 살아간다. 직장은 서비스(제품)의 수요자이고 개인은 공급자인 셈이다. 직장은 이 개인에게 지급하는 봉급(P)보다 그를 고용하여 얻는 ‘가치’가 더 크다고 느껴야 그를 고용할 것이고, 개인은 그가 받는 봉급이 생계비(C)보다 커야 살아갈 수 있다.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제품이 팔리지 않아서,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개인은 직장을 얻지 못해서 고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일이 결국 경영과 인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1910년대에 자동차 생산코스트의 파격적 절감에 성공해 자동차 왕이 된 포드 1세가 1930년대에는 회사를 부도 위기에 빠뜨렸다. 이것은 소비자가 특정제품으로부터 느끼는 가치는 상수(常數)가 아니라 변수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대중용 승용차가 처음 나타난 1910년대에는 경제적인 차를 타던 소비자가 1920년대 후반, 자기의 소득수준과 사회적 신분상승을 반영할 수 있는 고급차를 선호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변했다. 그러나 포드1세는 계속 표준형 모델만 내면서 원가절감 투자를 계속, 자동차의 가격인하에만 주력했다. 경쟁사인 GM은 각자의 소득수준과 사회적 신분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내놓았고, 따라서 포드차를 타던 고객들이 GM차로 바꿔 타기 시작하면서 포드사는 GM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이 사례는 원가절감 노력만으로 기업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 생존부등식의 우측 항 즉 코스트 절감과 더불어 그 좌측 항 즉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도 대등하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u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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