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어서 부나 가난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속담이 요즘 세상엔 꼭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과학적 연구들은 세대간 부에는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입증하고 있습니다. 넉넉한 부모를 만난 자녀가 부자로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최근 발표된 한 연구결과가 ‘왜 상관관계가 높은지’에 대해 의미 있는 결론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부모와 자녀 1491쌍을 대상으로 ‘세대간 부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 부모와 자녀의 부유함에는 약 37%라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부모세대가 50% 더 잘 살면 그들의 자녀는 평균 약 18%(50%×37%) 더 잘 살더라는 것이지요. 또 자산을 투자하는 재테크 방식도 부모와 자녀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산을 받으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연구는 ‘유산을 받기 전’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구자는 “부모와 자녀의 부가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소득과 투자성향이 유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연구는 부모와 자녀의 투자성향에 초점을 맞췄는데 △위험에 대한 태도가 비슷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녀가 부모의 투자패턴을 모방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축을 으뜸으로 치는 부모를 만났다면 자녀 역시 재테크의 첫 번째 수단으로 저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도 부모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지난해 미국 저축교육협회(ASEC)의 조사 결과 94%의 학생은 “부모가 금융에 대해 가르쳤고 지침을 줬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자녀에게 금융교육을 시킨 구체적 사례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56%는 단 한 건, 31%는 2건, 8%는 전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WP는 이런 결과에 대해 “부모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자녀는 부모의 일상에서 돈에 대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배우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유산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저축과 투자에 대한 태도, 더 나아가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배웁니다. ‘부자가 삼대를 가는’ 이유이지요.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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