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투자연구회라는 동아리가 주식과 올바른 투자문화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대학 시절 이 방면에는 까막눈이었던 터라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하더군요.
정규수업이 끝나 가는 오후 5시. 경영대 국제회의실에 들어서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엔 빈자리가 한 개도 없었고 회의실 뒤편에 놓인 30여개의 의자도 꽉 찼더군요. 회의실 입구엔 선 채로 강연을 듣는 학생도 20여명 있었습니다. 오후 6시40분 강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는 학생도 거의 없더군요.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풍경이지요.
이날 강연을 한 대우증권 전병서 본부장은 이튿날 “학생들에게 e메일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출근해보니 e메일이 10여 통 와 있더라”며 “지난해에도 다른 대학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졌지만 이렇게 호응이 뜨겁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애널리스트의 세계 등 취업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생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이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세미나를 기획한 서울대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경제학부 97학번)은 “서울대에선 그동안 주식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주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부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졌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에 맞추기 위해서는 ‘젊고 건강한 투자문화의 정립’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사회는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주식투자에 대한 교재가 양극화돼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선 정통적 ‘투자론’만 강조하고 사회에 나와 있는 투자지침서는 대부분 ‘잔재주’만 강조하는 데이트레이딩 기법 등에 치우쳐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에 활용하는 법을 알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지요.
어지간히 답답했던지 서울대투자연구회는 올 3월 함께 토론하고 실전에도 적용해본 경험담을 모은 ‘한국형 가치투자전략’을 출판했습니다.
학생인 만큼 공부에 집중하라는 지적도 듣고 있지만 자신들에겐 기업분석이 곧 공부라는 김 회장의 주장에는 공감이 가더군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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