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2002년 조지타운 대학의 졸업생 가운데 복수전공자는 23%로 96년 14%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 예술과학 분야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 42%가 복수 학위자라고 합니다. 97년엔 28%에 불과했죠.
이처럼 많은 전공을 섭렵할 수 있는 것은 ‘AP(Advanced Placement) 제도’ 덕분입니다. 고교 시절 수강한 과목을 대학에서 정식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이런 과정이 많은 고등학교일수록 명문으로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뉴욕 타임스는 “불황인 만큼 졸업 후 남보다 경쟁력을 더 갖추기 위해 많은 학위를 딴다”고 분석합니다. 수학과 컴퓨터를 함께 전공한다면 시장성이 더 있겠지요.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다른 데 있습니다. 고교시절 학점 따기에 열을 올린 아이들은 대학에 와서도 성취하려는 ‘관성’이 남아 끊임없이 학점을 땁니다. 성취하지 못할 땐 ‘금단현상’에 시달린다는 것이죠.
이들의 부모도 자녀가 대학에서 몇 가지를 전공해야 안심합니다. 어찌 보면 부모가 ‘과잉 성취자(Overachiever)’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세태에 대해 평가를 유보한 채 “이런 아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거나 한가지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습니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학원으로 내몰리고 명문대 학생일수록 조금만 학점이 나빠도(심지어 A-를 받아도) 재수강을 해 학점을 고쳐 놓습니다.
학점(또는 성적)이 나쁘면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서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점이 장기 경쟁력이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미국 노동부 전신애 여성국장(여·59)은 최근 한인(韓人)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현재 5세 어린이가 성인이 됐을 때는 전체 직업의 90%가 사라질 것”이라며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은 기본적 기능과 함께 감성 인성 교육을 충분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살아남는’ 자녀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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