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용돈을 받던 날 100원을 들고 가게에 간 종우는 실망해 돌아옵니다. 100원으로 살 물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이후 엄마가 잘 사주지 않던 딱지가 든 사탕을 사오는 게 몇 번…. 하지만 며칠 뒤엔 그마저도 사지 않았고 스스로 신문 전단으로 딱지를 접기 시작했습니다. ‘내 돈’이 아깝다는 걸, 돈을 모으면 더 큰 것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할인매장에 가서도 엄마가 “원하면 네 용돈으로 사라”고 말한 뒤 떼쓰는 버릇이 없어졌습니다. 대신 “엄마, 집에 가서 드릴 테니까 대신 내 주세요”라고 말하지요.얼마 전 옆집 친구가 가진 킥보드가 갖고 싶었는지 세뱃돈과 용돈을 알뜰히 모은 2만원을 내놓았습니다. 엄마 조현정씨는 “용돈을 준 뒤 아이의 자제력이 커졌고 돈을 관리한다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경제교육 전문가들은 용돈 관리를 통해 돈이라는 게 쓸 수 있는 한도가 있으며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훈련을 시켜 준다고 합니다. 돈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요.
‘스마트머니, 스마트키즈’의 저자 존 위트콤은 ‘정액제(定額制)’를 통해 경제적 책임감을 키워 줄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저자는 1996년 각각 10세, 13세가 된 자녀에게 1년 동안의 의류비로 각각 800달러를 준 뒤 남는 돈은 ‘네 몫’이라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대신 1년 동안에는 절대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았죠. 처음에 날듯이 기뻐했던 아이들이 연말엔 다 해진 신발을 신고 다닙니다.
하지만 1년 뒤 아이들은 과거와는 딴판입니다. 가격표를 유심히 보는 버릇을 갖게 됐고 유명 브랜드 대신 싸고 실용적인 신발을 선택합니다. 무엇보다 옷가게를 지날 때도 사 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어졌답니다.
저자는 “성인이 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적 책임감을 심어 주는 것, 부모가 소홀해선 안 될 의무”라고 강조합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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