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만들기]"돈쓰는 버릇은 부모 따라간다"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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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은행은 학부모와 초등학생 700여명을 설문조사해 ‘가정에서의 어린이 금융교육 실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단연 첫 번째로 꼽았다는 점입니다. 영어를 배우게 하려고 조기유학을 보내면서도 ‘영어 등 외국어’는 두 번째 덕목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고 묻자 학부모의 9.4%만이 ‘수’ 또는 ‘우’로 답합니다. “돈 관리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자녀가 관심이 없다’(32.2%)에 이어 ‘부모의 역량 부족’(27.0%)을 꼽았습니다. 학교에서의 ‘돈관리 교육’에 대해서도 12.5%만이 ‘수’ 또는 ‘우’의 점수를 줍니다.

설문 결과를 토대로 ‘금융교육 실태’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돈 관리는 영어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하지만 가정에서는 아이가 관심이 없는 데다 부모도 잘 알지 못해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셋째, 공교육의 가르침도 만족스럽지 않다.”

부모들의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능력이 없다’는 현실의 간극을 사교육이 파고 들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최근 불고 있는 ‘금융교육 열풍’이 또 다른 사교육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조사를 담당했던 국민은행의 박철 연구원은 “최근 일부 사교육 기관이 경제교육을 명목으로 내놓은 ‘미래 대표이사(CEO) 만들기’, ‘돈 잘 벌 수 있는 과외’와 프로그램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경제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방법과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생활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체득하느냐’입니다. 위의 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7명의 아이들은(73.5%) 돈을 쓰거나 관리하는 습관에 부모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합니다. 이에 비해 부모들은 절반만(53.2%)이 아이들의 습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은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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