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는 대우중공업 소속이었는데 차입금이 9조원이었습니다. 금리가 연 11.0%로 치솟은 가운데 연간 이자만 1조원이 들어갔죠. 97년 외환위기가 터진 후 그룹은 ‘금액 기간 금리에 관계없이 돈을 조달하라’는 이른바 3불문(三不問) 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98년 한때는 이자율이 25%까지 치솟았습니다. 영업이익은커녕 정상적인 경영조차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 김 팀장은 ‘여유로운 오후’로 달라진 재무 환경을 설명했다. “이전에는 돈을 구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동분서주했습니다. 이제는 돈 움직임이 오후 4시30분 이전에 다 끝나죠.”
▼연재물 목록▼ |
- <7>협력업체와도 공정하게 주고 받아라 |
2001년 8월 워크아웃에서 조기졸업하면서 독립회사로 새 출발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상반기 차입금 4261억원, 차입금 비율 35.5%를 기록했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 것.
이처럼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1827개 주요 국내 제조업체 차입금 규모는 188조1000억원으로 97년 말(276조원)에 비해 31.8% 줄었다. 매출액 대비 차입금 비율도 66.4%에서 33.4%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금융비용으로 영업이익을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97년 말 1.29에서 지난해 6월 2.57로 향상됐고 특히 제조업체의 금융비용 부담률(금융비용/매출액)은 3.0%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던 98년(9.0%)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재무건전성이 향상된 것은 금리가 크게 떨어진 데다 경기가 살아났고 기업들이 보유자산을 매각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활성화된 ‘리스크 관리’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재무적으로 부실 요인을 예방하자는 것. 최근 들어 해외영업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외환리스크 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의 재무 상태를 마냥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기업경영분석팀 안형순 과장은 “무차입 경영을 선언한 삼성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설비투자 부진으로 인해 투자에 필요한 현금 지출이 크게 줄어든 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신용평가를 할 때 재무건전성 등 계량적인 현금흐름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투명성, 경영진의 능력, 노사관계, 시장지위 등 질적 요인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수치로 나타난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는 것. 최근 가장납입, 분식회계로 잇따라 도마에 오른 코스닥 업체의 비리는 겉으로는 좋게 나타난 재무비율 등 양적 지표의 한계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상장 제조업체 재무 건전성 추이 (12월 결산법인 기준) | ||||||
구 분 | 97년 | 98년 | 99년 | 2000년 | 2001년 | 2002년 3분기(누적) |
부채비율(%) | 358.250 | 283.320 | 150.650 | 145.640 | 125.900 | 112.820 |
당기순이익(10억원) | -2,840 | -13,811 | 12,433 | 12,363 | 3,982 | 20,643 |
이자보상배율 | 2.000 | 4.710(반기 기준) | ||||
대상 회사 수 | 524 | 486 | 496 | 471 | 499 | 503 | 자료:증권거래소 |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