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장관은 가족명의를 제외한 88억원의 자산을 △부동산 31.1% △유가증권 40.0% △은행예금 22.7% △회원권 6.2% 등에 골고루 나눠 넣어 비교적 ‘황금분할’ 비율의 투자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선진국 자산가의 포트폴리오와 비교할 때 국내와 해외 투자비율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진 장관이 신고한 내용에 따르면 해외자산은 4억원대의 부동산, 2억원대의 유가증권, 그리고 해외은행에 예치한 6억원이 전부다. 국내 은행에 예치한 13억4000여만원 가운데 외화예금이 없다면 진 장관 명의의 총 자산에서 해외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3.6%.
한국에 비해 해외투자가 비교적 자유로운 일본의 자산가는 어떨까.
씨티그룹 프라이빗뱅크 사업본부가 조사한 일본인 중상층의 투자 전형은 통화별에 따른 분산 균형 투자다. 예컨대 10억엔(약 110억원)을 갖고 있다면 유로(33%) 엔(8%) 달러(57%) 등에 골고루 나눠 넣는 방식이다(보조 기사 참조).
그렇지만 한국 투자자에게 해외투자는 아직도 낯설다.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것처럼 한국투자자도 고수익이나 위험관리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말한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자산관리사들이 시차가 큰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겠다는 고객을 위해 해가 질 무렵 다시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처럼….
▽해외투자, 무엇이 좋기에=국내 투자자들은 직 간접적으로 해외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직접투자란 해외의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한국과 현지 국가 규정상 부동산 투자에는 제약이 많지만 금융자산의 투자는 대부분 큰 제한이 없다. 다만 직접투자를 하려면 투자금액이 많아야 하고 투자 대상을 스스로 골라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은 ‘해외투자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 적극적이다. 국내외 은행과 증권사가 해외 유명 투자회사에서 가져온 펀드가 작년에만 1조원 이상 팔렸다.
해외투자의 최대 장점은 대안이 많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 메릴린치증권 채현종 상무는 “대우채 사태,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채 문제 등이 일어날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린다”며 “이는 국내 금융시장이 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 세계를 투자대상으로 삼으면 ‘틈새시장’이 적지 않다. 작년 10월 메릴린치는 미-이라크전쟁을 앞두고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골드펀드’를 내놓았다. 6개월 만의 수익률은 37%.
▽투자성과는 어느 정도인가=직접투자 수익률은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2001년 10월 미국의 포드 자동차 채권의 표면금리는 연 7.357%로 한국 경쟁사보다 높았다. 투자자는 1년 만에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을 포함해 11%의 수익을 얻었다. 메릴린치 서충모 이사는 “해외 시장에선 한국과의 동종 업종 중에서도 수익률이 더 높은 상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간접상품인 해외펀드의 ‘성적’은 지역별, 펀드의 성격별로 큰 차이가 난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저당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좋은 편. 투자기간이 3개월, 6개월 된 펀드의 수익률은 국내 채권형 펀드보다 다소 높았다.
작년 11월 씨티은행이 내놓은 ‘미국 정부 모기지 펀드’의 4월 말 현재 연환산수익률은 5.9%. 여기다 환 헤지를 통한 약 2%의 수익을 더하면 7∼8%대. 한국펀드평가가 밝힌 투자기간이 비슷한 한국 채권형 펀드의 평균 연환산수익률 4.67%이나 최고수익률 6.07%과 비교해도 우수하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의 주식에 투자했던 피델리티국제펀드나 슈로더일본주식펀드 등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투자시 유의점=직접투자는 대체로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이 있다. 메릴린치증권 서 이사는 “자산을 원화로만 가진 게 위험이라고 판단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해외투자펀드에 대한 투자시 큰 위험은 채권의 만기와 상품의 만기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발행한 한 채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이를 한국에 가져와 판매할 때는 1년을 만기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 만기까지 투자하면 금리의 변동과 관계없이 원리금을 받을 수 있으나 중간에 환매하면 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한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국내 펀드에 비해 세금면에서 국내 주식형펀드보다 불리하다. 국내 주식을 사고 팔 때 얻는 차액은 비과세여서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얻은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배당 이익분은 제외). 그러나 해외주식펀드의 수익은 배당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16.5%의 세금을 내며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에도 포함된다.
씨티은행 이재형 프라이빗뱅킹 대표는 “간접상품을 고를 때 한 나라에만 집중 투자하는 펀드는 좋지 않다”며 “이는 분산투자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해외투자는 분산투자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주요 해외투자펀드의 수익률 (단위:%) | ||||
은행 | 펀드 | 수익률 (연환산) | 판매일 | 펀드 성격 |
씨티 은행 | 프랭클린 유에스가번먼트 | 6.89 | 2003.3 | 미국정부가 지급보증하는 주택저당채권에 투자 |
피델리티미달러채권 | 9.8 | 〃 | 미국의 국공채와 신용등급 좋은 회사채 | |
메릴린치 미국정부 모기지펀드 | 5.9 | 2002.11 | 주택저당채권 등에 투자 | |
슈로더이머징마켓채권 | 24.5 | 2003.3 | 이머징마켓의 국채에 분산투자 | |
프랭클린 뮤추얼비이컨 | -15.65 | 1999.10 | 미국 및 유럽 선진국의 인수합병 과정에 있는 저평가기업 | |
피델리티국제펀드 | -24.8 | 2000.1 | 미국 유럽 일본의 주식에 투자 | |
한미 은행 | 프랭클린 유에스가번먼트 | 2.83 | 2003.1 | 미국정부가 지급보증하는 주택저당채권에 투자 |
슈로더이머징마켓채권 | 27.2 | 2002.1 | 이머징마켓의 국채에 분산투자 | |
슈로더 유럽채권 | 7.3 | 2002.1 | 유럽지역의 채권에 투자 | |
슈로더 일본주식 | -16.83 | 2002.9 | 일본의 주식에 투자 | |
템플턴 차이나 | 4.94 | 2002.1 | 중국 주식에 투자 | |
우리 은행 | 프랭클린템플턴 유에스거번먼트본드 | 2.35 | 2002.9 | 미국정부가 보증하는 주택저당채권에 투자 |
뱅크원원그룹 미국 단기채권펀드 | 3.08 | 2002.11 | 미국정부채권에 75∼80%투자, 최우등 회사채 20-25% | |
피델리티국제채권 | 11.85 | 2003.1 |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공채에 53%, 나머지는 회사채 | |
수익률은 4월 25일 기준. 자료:각 금융 기관 |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국내 해외투자는▼
치과 의사인 A씨(48·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발행한 해외전환사채(CB)를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한 뒤 이를 팔았다. 투자액의 2배 이상 되는 수익을 올렸다.
정보통신업을 하는 B씨(38·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거래처인 홍콩의 C회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몇 년 동안 거래해 본 결과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아 주가가 오를 것으로 확신해서다.
이처럼 뉴욕이나 런던 등 해외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과 채권을 직접 사고파는 해외 직접투자가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채권을 사려면 10만∼50만달러(약 1억2000만∼6억원)가량은 있어야 하고 환율 변동에 따라 손해를 볼 수 있어 아직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은 자산의 10∼20%를 해외투자로 돌리고, 그 가운데 일부를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씨티그룹 프라이빗뱅킹 이재형 한국 대표는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내려는 학부모 가운데해마다 필요한 규모의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만기가 다른 미국 채권을 사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메릴린치증권 채현종 프라이빗뱅킹 사업본부장도 “국내에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나눠 투자하는 것처럼 해외로 나가면 국가나 금융상품별로 선택의 폭이 넓어져 만기와 투자목적에 맞는 투자수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나 일반 법인이 외국의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간단하다.
증권사 지점에 가서 ‘외화증권계좌’를 만든 뒤 투자자금을 맡기고 주식이나 채권을 사겠다고 주문을 내면 된다. 투자금액의 제한은 없다. 다만 채권에 투자할 때는 거래단위 때문에 10만달러 정도는 있어야 하며 적어도 50만달러는 돼야 사고팔 때 손해를 보지 않고 원활하게 매매를 할 수 있다.
투자 대상은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 등이다. 미국의 GM 주식이나 독일의 BMW가 발행한 채권을 살 수 있으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발행해 해외에 상장한 해외CB나 신주인수권부채권(BW) 같은 한국물에도 투자할 수 있다. 매수한 주식이나 채권은 증권예탁원에 맡겨지므로 분실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증권 최요순 국제상품팀장은 “직접 해외 채권을 사는 사람은 약 200만달러, 주식을 사는 사람은 수만달러 정도 투자한다”며 “아직은 한국 기업이 발행한 한국물 투자에 머무는 초보단계이지만 점차 투자 대상과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움말 :현대증권 최요순 국제상품팀장·02-2003-1613, LG투자증권 정자연 파생상품 영업팀장·02-768-7050, 메릴린치증권 채현종 프라이빗뱅킹 본부장·02-3707-0455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일본의 경우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외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어서 해외 직접 투자가 활발하다.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외국 통화로 재산을 쌓아 놓는 것이 낫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27억2000만엔(약 300억원)대 자산을 갖고 있는 50대 일본인 중소기업 사장 A씨. 그는 씨티그룹 일본 프라이빗뱅킹 사업본부의 도움을 받아 이 중 110억원가량의 금융 자산을 외국 통화로 굴리고 있다.
우선 A씨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예금 32%, 채권 54% 등 투자금의 대부분이 안정성 상품에 들어가 있다. 주식은 전체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데다 일본인 중·노년층에서는 투자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
그러나 일본 예금의 금리는 1%도 안 되는 상황.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금리와 환차익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외국통화 예금이다.
현재 A씨가 가진 총 금융자산의 57%는 미국 달러, 33%는 유럽의 유로로 구성돼 있다. 뉴질랜드 달러와 오스트리아 달러도 2%가량 된다. 자국 통화인 엔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8% 정도다.
A씨는 달러 및 유로 정기예금, 달러-유로 환율연동예금 등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건강(health care) 관련 주식도 59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채권 부분에서는 브라질 채권 등을 유로 통화로 보유한 상태이고 달러로 발행된 스미모토은행 채권도 갖고 있다.
A씨가 이런 자산운용으로 작년에 거둔 수익은 세전 5.86%. 금리가 사실상 0%인 일본에서는 상당한 수익률이다.
A씨의 자산을 관리하는 모 외국계 투자은행은 “환율과 이자가 동시에 계속 변하고는 있지만 국제적인 분산 투자가 약세인 엔화로 자산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대체적으로 투자 결과가 낫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마이너스 금리 시대-제Ⅰ부 시리즈 순서▼
1. 불안한 노후생활(4월3일)
2. 라이프 사이클 재테크 시대 (4월10일)
3. 재테크의 패러다임 시프트 (4월17일)
4. 원금보전형 상품, 꼼꼼히 따져야 (4월24일)
5. 해외투자펀드, 허와 실
6. 세금을 알면 재테크가 풀린다
7. 따뜻한 노후맞이 전략
8. 부동산도 간접투자
9. 자산획득 전쟁의 틈새 공략하기
10. 맞춤형 재테크
이 시리즈는 Ⅰ부에 이어 Ⅱ, Ⅲ부가 계속되며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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