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상품(은행) 및 보험상품(보험사) 판매와 주식 채권 매매 중개(증권사)라는 고유 영업활동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고객 자산관리업무로 방향을 틀고 있다.
자산관리업무를 하는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과 증권사 보험사의 웰스매니지먼트(WM)는 취급하는 상품이 조금씩 다르지만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다만 회사마다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
▽자산관리업무란=금융회사가 고객의 수입 지출 자산 부채 등에 관한 자료를 분석해 ‘재무목표’를 세운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저축 증권투자 보험 부동산매매 상속 세금납부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일을 말한다.
재무목표는 개인과 가정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내 집 마련, 자녀 교육비 마련, 자녀 결혼자금 마련, 노후생활자금 마련 등 다양하다.
결국 자산관리란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 즉 생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 자원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과정이다. 이 일을 하는 전문인들을 프라이빗뱅커나 웰스 매니저라고 한다.
▽자산관리서비스의 일반 유형=일정한 자격이 있는 고객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거래하는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순자산 50억원 이상에 금융자산 5000만원 이상 등으로 회사마다 다양하다(표 참조).
자산관리서비스는 다시 자산관리(고객 투자성향 및 목표 파악,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성과평가) 부가서비스(부동산 세금 법률상담 리서치 자료제공 등) 부대서비스(기타 이벤트와 수수료 등 우대, 각종 대행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올 1월 문을 연 씨티은행 PB는 자산관리서비스를 다시 자산관리(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구성) 신용관리(부채 관리) 위험관리(환율 주가 등 시장위험 관리)로 세분화했다.
삼성증권이 올해 시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는 고객이 자신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와 요금체계를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은행 증권사 보험=은행은 예금 대출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식이나 채권 직접 투자에는 제한이 있다.
보험사도 고액 고객을 상대로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등을 판매하면서 재무 설계나 세무 및 법률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증권사는 예금상품을 취급하지 못하는 등 은행에 비해 상품 구성이 단조롭다. 그러나 은행이 할 수 없는 주식 직접 투자에 강점이 있고 채권 펀드도 다룬다. 올 하반기 ‘일임형 랩(Wrap)’ 제도가 도입되면 주식 투자 자문만 아니라 고객의 위임을 받아 주식을 사고팔아 준다.
일부 증권사는 은행 및 보험사와는 달리 서비스의 대가로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다.
▽무늬만 자산관리 주의하라=이상의 내용은 자산관리영업의 이상형이다. 그러나 실제는 매우 다르다. 특히 후발주자인 증권사는 한창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나를 상대하는 직원이 정말 재무 설계 전문가인가, 회사가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지 아니면 수수료나 챙겨 영업실적을 올리겠다는 태도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현란한 부가 및 부대서비스에 현혹되지 말고 그 회사의 자산관리업무의 질과 직원의 능력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의 투자성향 파악과 평생 재무설계에는 관심이 없고 빨리 자산을 배분해 포트폴리오를 짜자고 서두르는 회사와 직원은 피해야 한다.
상품을 추천할 때도 위험요소는 숨긴 채 목표수익률을 제시한다든가, 자회사나 계열사 펀드가 최고라고 추천하는 직원도 조심해야 한다.
직원이 나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고객을 상대하는지도 중요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나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진다. 전담 직원이 자주 바뀌면 거래를 빨리 끊어야 한다.
김성엽 하나은행 PB본부 재테크팀장은 “일단 좋은 회사와 직원을 선택했으면 자신의 상황과 목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장기 거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 ||
회사 | 자격(자산규모) | 내용 |
국민은행 | 실적에 따라 5단계 | 수신금리 무보증신용여신 여신금리 외국환거래 수수료우대 |
조흥은행 |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 파이낸셜플래닝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부가서비스 |
씨티은행 | 순자산 50억원 이상 금융자산10억원 이상 | 자산관리 신용관리 위험관리 부가서비스 애프터서비스 |
우리은행 | 금융자산 1억∼3억원 | 자산관리 부가서비스 부대서비스 |
신한은행 |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 상품통합서비스 전문가 상담 및 관리 부대서비스 |
하나은행 | 금융자산 1억원 이상 | 자산관리 부가서비스 부대서비스 |
국민은행은 PB 서비스가 있으나 대외에 홍보하지 않음. 위 내용은 우대고객 서비스 자료:각 회사 |
주요 증권사의 웰스매니지먼트(WM) 서비스 | |||
회사 | 이름 | 자격(자산규모) | 내용 |
삼성증권 | Fn 아너스 | 1억원 이상 | 자산관리 부가 및 부대서비스 |
LG증권 | 골드넛WM센터 | 3억원 이상 | 자산관리 부가 및 부대서비스 |
현대증권 | 유퍼스트 멤버스 | 1억원 이상 | 자산배분 투자상담 사후관리 |
대우증권 | 플랜마스터 | 5000만원 이상 | 자산배분 부가서비스 성과공지 |
대투증권 | 종합자산관리 | 서비스마다 다름 | 포트폴리오서비스 부가 및 부대서비스 |
한투증권 | 탐스피아 | 3억원 이상 | 자산관리 부가 및 부대서비스 |
자료:각 회사 |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자산운용법 시행되면 ▼
자산운용법 파급효과 및 내용 | |
파급효과 | 주요내용 |
공정경쟁 기반형성 | 실적배당상품 통합규제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과 생보사의변액보험 대출금지 |
신상품개발 능력의 차별화 | 자산운용대상의 확대-실물자산과 장외파생상품 등 |
판매채널의 다양화 | 투신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선물회사 (선물관련 펀드)에도 판매 허용 |
자산운용회사 경쟁 심화 | 투신운용사와 자산운용사를 자산운용회사로 통합 |
투자자 신뢰제고 | 환매제도 정비 감시장치 및 외부감사제도 확대 공시제도 강화 |
자료:LG경제연구원 |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은 금융회사가 고객 자산관리 업무에 사용하는 핵심적인 상품유형이다.
투자자는 다양한 간접투자상품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또 펀드 자체가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되므로 주식이나 채권 직접투자보다 위험이 낮아진다.
매월 일정 액수를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라고 해서 자산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도 있다.
올가을 예정대로 통합 자산운용법안이 시행되면 간접투자시장이 크게 바뀐다. 펀드 시장이 다양하고 풍성해지는 한편 금융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펀드 소비자 천국시대 오나=자산운용법은 투신운용사의 수익증권, 자산운용사의 뮤추얼펀드,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보험사의 변액보험 등 현재 각각 다른 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을 하나의 기준으로 규제한다.
상품 사이의 불평등과 금융권 사이의 벽을 없애 금융회사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안창국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 사무관은 “자금의 순환체계를 주식시장 중심으로 바꾸고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시대를 맞아 여유자금을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자산운용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우선 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의 종류가 늘어난다. 지금까지 펀드는 증권거래법상의 유가증권만 운용했다. 앞으로는 부동산이나 장외 파생상품, 금 석유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설립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다.
상장지수펀드(ETF), 다(多)유형 수익증권상품(Multi-class Fund), 펀드들에 투자하는 펀드, 사모(私募)펀드 등 펀드 유형도 다양해진다.
또 지금까지는 은행과 증권사만 펀드를 팔 수 있었지만 법 시행과 함께 보험회사도 펀드를 팔 수 있다. 법 시행 후 2년 이내에 자산운용회사(현 투신운용사나 자산운용사)가 직접 펀드를 파는 직판제도도 도입된다.
아울러 부분환매제도가 도입되고 펀드 감시 장치가 강화되는 한편 공시요건이 강화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늘어난다.
▽금융회사들의 무한경쟁 예고=한정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산운용법의 도입으로 간접투자 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들어서게 된다”며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부류가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이익을 보게 되는 금융권은 자산운용회사와 은행. 자산운용회사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서 직접 팔 수도 있다. 경쟁 상품인 은행의 금전신탁, 보험의 변액보험이 대출서비스를 할 수 없게 돼 반사이익도 얻는다.
후발 주자로서 지난해 말까지 펀드 판매시장의 14%를 잠식한 은행은 새 법에 따라 간접투자 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는 얻는 것 없이 판매시장에서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사와 경쟁해야 한다. 보험사는 펀드 판매자격을 얻지만 자산운용사가 변액보험 성격의 상품을 개발해 운용하면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서비스의 질이 높아져 투자자들은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자녀 자산관리 교육은 ▼
장기 재테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부모는 자녀들의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주고 있을까.
미국 부모의 상당수는 자녀에게 어려서부터 조금씩 돈을 부을 수 있는 적립식 펀드를 만들어준다. 일찍부터 투자를 시작함과 동시에 건전한 금융마인드를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에 비해 한국의 거액 자산가들은 아직 자녀들의 재테크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프라이빗뱅커들의 말이다.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PB센터의 하예용 VIP팀장은 “자녀에게 조금씩 돈을 부어 금융마인드를 키워주기보다는 자신의 목돈을 잘 관리해 자녀들에게 뭉텅이로 넘겨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장기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자녀들의 미래를 준비해 주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회사원 김현수씨(33)는 이달 첫아이에게 줄 돌 선물로 한국투신증권의 ‘부자아빠펀드’를 골랐다. 이 펀드는 유학자금과 결혼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만기 10년 이상의 자유적립식 상품. 그는 ‘김재경’이라는 아이의 이름 석 자가 박힌 펀드통장을 만들어 일단 10만원을 넣었다.
김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조금씩 투자하는 방식을 익히고 필요할 때마다 용도에 맞게 목돈을 쓸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로서도 의미 있는 선물을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단 안전한 채권형으로 가입했고 아이가 성장하면 뜻에 따라 주식형으로 바꿀 생각이다.
김씨가 10만원씩 10년 동안 모두 1200만원을 넣으면 주식형 수익률을 연 10%, 채권형을 6%로 계산했을 때 모두 3682만원을 얻게 된다.
변액보험식 상품이어서 아이가 대학 입학시 551만원, 20세 이후 해외연수를 갈 경우 272만원, 26세 이후 결혼자금은 183만원, 30세 이후 집을 살 때는 2045만원 등의 비율로 돈을 뽑아 쓸 수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마이너스 금리 시대-제1부 글 싣는 순서 ▼
1. 불안한 노후생활(4월3일)
2. 라이프 사이클 재테크 시대(4월10일)
3. 재테크의 패러다임 시프트(4월17일)
4. 원금보전형 상품, 꼼꼼히 따져야(4월24일)
5. 해외투자펀드, 허와 실(5월2일)
6. 세금을 알면 재테크가 풀린다(5월9일)
7. 따뜻한 노후 맞이 전략(5월15일)
8. 부동산도 간접투자(5월22일)
9. 자산획득전쟁의 틈새 공략하기
10. 맞춤형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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