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알려진 회사=강문식(姜文植) 사장은 제품 홍보를 위해 샘플 300만개를 학교에 보냈다. 거리에서는 직원들과 함께 직접 ‘물과 비누 없이 손씻기 행사’를 개최하는 등 ‘맨발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러다가 올 초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하고 사스 예방철칙 1조가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손 청결보습제 ‘플루 시리즈’는 단숨에 히트 상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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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여행사 공항검역소 등에서 주문이 폭주했다. 주한 외국 대사관 11곳에서도 제품을 구입해 갔다. 유통망이 채 정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과 한 달도 안돼 튜브에 든 ‘플루 시리즈’는 전국 주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 깔렸다. 세계적인 피부 테스트 공인기관인 독일의 ‘더마 테스트’로부터 ‘피부 무해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사스로 대박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방역소독기 회사의 ‘변신’=전남 순천에 있는 파루는 국내 축산 및 원예용 방제기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방역소독기 전문 제조회사. 지난해 총매출액은 110억 원. 이동식 전자방제기, 다목적 동력분무기 등 첨단제품을 40여 개국에 수출해오고 있다.
강 사장은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 미국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25%가 넘는 30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고 말했다.
특히 2001년 5월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파루의 초미립자 분무소독기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해 이후 전국 150여개 자치단체에서 이 제품을 사가기도 했다. 축구장 골프장 화훼단지 방역용 소독기는 본격적으로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국방부가 시제품만 보고 화학전 대비 훈련용으로 주문받아 가져갈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방역소독기 사업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고 판단한 강 사장은 3년 전부터 생활환경사업 분야로 눈을 돌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용품에 건강을 접목시킨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 ‘플루 시리즈’가 그 같은 변신의 결과물이다.
▽지방 기업의 설움=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방 기업이기 때문에 제품판매나 마케팅 등에서 당하는 설움이 적지 않다는 것. 강 사장은 “기술력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는데 지방 기업이라고 하면 무조건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본다”며 “심지어 공장이 위치한 순천에서도 그 같은 일을 경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범선(李範宣) 상무는 “시장점유율 1위이지만 매년 매출액의 5∼10%를 기술개발비로 투자하는 등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생활환경사업 부문에서만 8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순천=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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