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나의 인생]<9>혼자된 고령여성의 부동산관리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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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여성의 노후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성 노인은 남성보다 의료비 부담이 큰 만큼 이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놓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여성의 노후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성 노인은 남성보다 의료비 부담이 큰 만큼 이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놓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살다보니까 ‘내 집’이란 게 죽는 순간까지 곁에 둬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모씨(57)는 전셋집을 옮겨 다니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릴 때마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99년 말 ‘물 좋다’는 친구들의 권유에 떠밀려 1000만원가량 주식투자를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한 달 만에 5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렇게 쉬운 돈벌이가 또 있을까.”

이런 생각에 김씨는 남편이 물려준 32평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2억원가량 대출을 받아 전액 주식에 집어넣었다. “솔직히 5억원 정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2000년 초부터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씨의 주식투자 잔액은 4000만원 수준까지 폭락했다. 결국 3억5000만원에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은 김씨는 수도권 외곽의 전셋집을 전전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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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버팀목이 될까=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최모씨(61)는 이제 막 ‘갈림길’에 들어선 케이스다. 주방 일을 하면서 지난달 막내딸을 끝으로 1남2녀의 자녀를 모두 출가시켰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인천 계양구 병방동에 있는 24평짜리 아파트, 은행 상품에 넣어둔 3000만원과 친지에게 꿔준 2000만원(3년 뒤 회수)이 전부다.

최씨는 지금 고민 중이다. 앞으로 살날을 20년으로 잡더라도 노후자금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지금은 주방 일을 하면서 월 150만원가량을 벌지만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 자식에게 기대기도 싫다.

그나마 기댈 곳은 ‘24평짜리 아파트(시가 1억2000만∼1억3000만원)’였다. 굳이 ‘이 넓은’ 집에서 혼자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파트를 팔아 그 돈으로 다른 생계수단을 찾아야할까, 아니면 전세(또는 월세)를 놓아야 할까. 머리가 복잡하다. 이왕이면 집은 그대로 보유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게 최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최씨에게 집이 평생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여성에게 집은 마지막 보루=부동산 컨설팅업체 유니에셋의 이왕범 상무는 “홀로된 여성의 노후는 비참한 경우가 많다”며 “여성 명의의 집이 있다면 집을 징검다리로 노후대책을 촘촘히 짜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에 대한 이 상무의 조언은 간단했다. 최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24평 아파트에 혼자 살 필요는 없다 △보험을 들지 않아 건강 악화시 경제적인 부담이 우려된다 △독거(獨居)노인의 경우 월 60만원 정도면 생활이 가능하다’는 세 가지 진단이 나왔다.

처방은 다음과 같다. 첫째 24평짜리 아파트는 월세로 임대하고, 최씨는 12평짜리 아파트 전세를 구한다. 인천 병방동 지역의 12평 아파트 전세금은 3000만∼3500만원 수준. 전세금은 여유자금 3000만원과 24평 아파트 보증금(1500만원 수준)을 활용하면 충분하다. 둘째, 24평 아파트를 월세로 임대하면 월 60만원의 임대료 수입이 가능하다. 이것을 생활비로 충당하고 월수입(150만원)은 꾸준히 저축한다. 목돈이 모이면 안전한 금융자산으로 운용한다. 셋째, 지금이라도 서둘러 건강관련 보험에 가입한다.

이 상무는 “집을 팔고 소형 상가를 사서 임대 놓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최씨의 경우엔 작은 평수로 옮기고 살던 집은 월세를 놓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수도권 주택시장이 여전히 수요 초과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차익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거주할 집은 재산목록에서 빼라=홀로 된 고령의 여성에겐 집은 거주공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집은 ‘편안한 노후’의 매개체라는 게 재무설계사들의 지적이다.

재무설계사들은 집은 주거가치와 재산가치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집은 평생 거주공간이면서 남편과 여성 자신의 질병과 간병비용의 원천이 된다는 것.

‘집을 팔고 전세로 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박사는 “전세비용이 갈수록 비싸지기 때문에 집을 파는 것은 손해”라고 주장한다. 국민은행의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동향(86년 100 기준)에 따르면 올 9월 현재 매매가격은 86년 대비 2.9배 상승한 반면 전세가격은 4.9배가량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더 올랐다는 것이다.

우 박사는 “본인 자산을 평가할 때 거주하는 집은 재산목록에서 아예 제외하는 게 좋다”며 “매매 결정을 할 때 자녀와의 갈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가능하면 여성의 노후는 본인 명의의 집과 ‘끝까지’ 함께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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