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10개국이 유럽연합(EU)에 새로 가입해 ‘메가EU’가 출범한다. 전 세계 기업들은 이미 동유럽 진출 경쟁이 치열하다. 동유럽은 EU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새로 부상하는 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메가EU’의 등장=삼성전자는 7월 스페인과 영국에 있던 공장을 슬로바키아의 갈란타로 옮겼다. SK케미칼도 15일 폴란드의 브어추와벡에 연간 12만t 규모의 PET칩 공장을 기공했다.
회원국 25개, 인구 4억5000만명, 국내총생산(GDP) 8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경제공동체를 겨냥한 한국 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메가EU는 한국기업에 기회이면서 시련이다. LG전자에서 해외생산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박재룡 수석부장은 “EU에 가입하는 동유럽에 생산시설을 갖추면 기존 EU시장에도 접근하기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직접 EU에 진출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비관세장벽 등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KOTRA 최동석 통상전략팀 부장은 “EU의 CE마크(규격인증)를 획득하려면 승강기는 1년이 걸리고 비용도 3만달러 정도 든다”며 “EU지역에 생산설비가 없는 기업들은 여러 가지 비관세장벽에 부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 다극화 속 회복세=메가EU의 출범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유럽과 아시아 등 다극체제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경제중심축으로 ‘브릭스(BRICs)’를 제시한다. 브릭스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
중국 경제는 올해 8.5%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7.5∼9.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IT)과 영어소통 능력을 앞세운 인도도 6∼7%의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
13년간 불황의 늪에 빠졌던 일본 경제도 기지개를 켜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엔진 미국도 내년에 4.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세계 경제는 내년에도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환율변동.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달러화 약세가 이어져 기축통화 역할이 유로화로 옮겨가고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등 환율변동이 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러,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경제외적인 요인도 큰 변수다.
세계무역기구(WTO) 다자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결렬 위기,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블록화가 심화되는 등 통상마찰도 내년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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