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천문학적 CEO보수 美기업들 제한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20분


지난 2년간 미국에서 대기업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최고경영자(CEO)의 보수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동안 달라진 점은 경영진에게 자기회사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 제도를 일부 대기업이 폐지한 것뿐.

요즘도 CEO의 보수액을 보면 단위를 잘못 읽지 않았나 깜짝 놀랄 정도다. 200대 기업 CEO의 작년 평균 보수는 스톡옵션을 포함해 920만달러(약 100억원). 월가 대형 투자은행 CEO의 경우는 대부분 2000만달러 이상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경영진 보수를 책정할 때 경영이익이 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EVA·경영이익에서 그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뺀 개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극히 일부 기업은 경영진의 보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유기농산물 체인 홀푸드의 경우 10여년 전 이 제도를 도입했다. CEO부터 임시직원까지 전 임직원의 급여 평균치의 14배가 최고한도다. 액수로 환산하면 연간 40만9000달러. ‘종업원 공동운명’의 철학을 내세우는 존 매키 CEO는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받지 않느냐’는 지적에 “전체 스톡옵션의 94%는 직원에게 부여된다”고 설명한다.

대기업은 따라하지 않는다. 실력 있는 경영진을 스카우트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작년에도 JP모건체이스나 제너럴 일렉트릭(GE), 코카콜라 등의 주주총회 때 주주들이 이 제도 도입을 시도했지만 표결에서 큰 차이로 패했다. 올해는 최소 10개 기업이 주총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

에너지기업 킨더모건의 CEO 리치 킨더의 총보수는 연봉 1달러. 보너스도 스톡옵션도 없다. 주식을 20% 갖고 있지만 주가상승 이익을 챙기지도 않는다. 애플컴퓨터의 스티븐 잡스 회장,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 등도 연봉 1달러에 보너스를 받지 않았지만 이들은 경영실적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었다. 매년 초 93센트짜리 수표를 받아 액자에 걸어놓는 킨더씨는 “매출액이 늘거나 종업원 수가 많아지거나 기업합병을 하면 그 대가로 연봉과 보너스를 더 받는 CEO가 많다”며 “이들을 보면 한심하다”고 말한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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