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자산2위+4위그룹 통합 소리없는 금융개혁

  • 입력 2004년 7월 19일 17시 50분


일본 금융그룹 중 자산기준 2위인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그룹과 4위인 UFJ홀딩스가 16일 통합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미쓰비시도쿄의 총자산은 106조6154억엔이고 UFJ는 82조1344억엔. 내년 상반기까지 통합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총자산이 190조엔(약 1995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금융그룹이 탄생한다.

통합 발표는 일본 금융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총자산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미즈호 그룹은 “양측의 통합은 일본 금융발전을 위해 잘된 일”이라면서도 “우리는 양(量)을 추구하는 경영을 그만 둔 지 오래”라며 애써 대범해 했다. 3위인 미쓰이스미토모측은 덩치에서 밀리는 사태가 지속될 경우 상위그룹에 흡수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주일 전에 실시된 참의원 선거 결과를 떠올린 뒤 “충분히 예견됐던 사태”라며 뒤늦게 무릎을 쳤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금융상이 참의원 선거에 집권 자민당의 비례대표로 나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을 때 ‘메가톤급 통합’은 사실상 결정됐다는 것. 일본의 금융개혁을 주도하는 그는 평소 “일본의 경제여건상 대형은행은 2, 3개가 적정하다”며 은행들에 자발적인 합병을 촉구해 왔다.

다케나카 금융상은 “(통합에) 관련된 분들이 확실히 처리해 주기를 바랄 뿐 정부로서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했지만 흡족해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더라도 이번 통합은 양측의 영업기반이 비교적 겹치지 않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구도라는 점에서 시장의 호의적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실채권 비율이 4대 그룹 중 가장 낮은 미쓰비시도쿄는 대기업 및 국제 영업에 강하지만 개인과 중소기업 부문에서 약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UFJ는 개인 고객층이 탄탄한 반면 부실채권 처리의 지연으로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힘든 상태였다.

이제 일본의 은행권은 3대 메가뱅크 체제로 재편되고 각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4∼5%로 낮아지게 됐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던 일본의 금융개혁은 소리 없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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