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의 하영구(河永求) 행장은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한미은행 고객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티그룹은 이달 말까지 한미은행 주식 80% 이상을 사들이기로 하고 3일부터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하 행장은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사업을 하면 외환, 무역거래, 송금, 투자자문, 시장조사, 글로벌 현금 관리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하 행장의 주장은 기존 시중은행에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 행장은 씨티그룹이 기업과 개인고객을 동시에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는 국내 은행의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현재 한미은행의 사업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의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할 것입니다.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만5500원은 순자산 가치의 두 배에 가까운 비싼 값입니다. 인수한 뒤 사업구조를 바꾸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현재 한미은행의 기업금융 비중은 55%, 개인금융은 45% 정도다. 이 골격을 유지하면서 카드나 부유층 종합자산관리(PB)사업을 확장할지 등 장기전략은 인수 후 선임되는 새 은행장이 결정할 내용이라는 것.
하 행장은 “씨티그룹이 다른 국내 소규모 은행이나 증권 투신 보험사 등을 추가 인수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기본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을 좋게 보고 있어 추가인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 행장은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한 뒤 2001년 소비자금융부문 대표를 지낼 때까지 20년 동안 씨티은행에서 일했다.
“씨티그룹은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장점입니다.” 하 행장이 밝힌 씨티그룹의 경쟁력이다.
원칙에 충실하며 좋은 전문인력이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일부 시중은행은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국내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나면 이익을 미국 본사로 가져갈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 행장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과 미국 금융당국의 이중 감독을 받습니다. 또 현재도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93%의 지분을 가지고 꼬박꼬박 배당을 타갑니다. 씨티그룹은 단일 대주주로서 배당을 자주 타가는 대신 한미은행이라는 현지법인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주식 공개매수는 이달 15일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결과를 낙관한다고 하 행장은 말했다.
2001년 5월 한미은행장에 취임한 하 행장은 임기 3년을 마치고 3월 연임됐다. 금융계는 씨티그룹이 그를 재신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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