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가 켜진 부동산 시장=분양권 전매금지, 주택거래 신고제 등 최근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 ‘메가톤급 규제방안’이 추가로 예정돼 있다.
부동산 거래감소는 세수(稅收)와도 직결된다. 지난해 걷힌 부동산 취득세 등록세는 13조원에 달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건설교통부에 “건설경기의 연착륙 방안을 다음주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건교부도 부동산값의 완만한 하락은 바람직하지만 건설경기가 너무 급격히 위축되면 전반적인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부처,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반대에 공동보조=이 부총리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공공택지에 지은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당초 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1일 건교부와의 당정협의에서 이를 백지화했다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다음날 당 지도부가 “당정협의는 당론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번복했다.
이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원가연동제가 훨씬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건교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는 ‘분양 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소신과 함께 분양 원가 공개충격이 아파트 공급시장에 연쇄적으로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경착륙 가능성은?=최근 경제부처에서는 투자와 소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경기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한국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사용한 과도한 ‘압박’ 위주의 정책이 부동산 경착륙과 금융부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한 원인이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건설부문 성장률은 2001년 6.0%에서 2002년엔 5.3%로 성장률이 낮아졌다가 주택건설 열풍으로 지난해에는 7.6%로 높아졌다. 하지만 올 1·4분기(1∼3월)에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로 위축됐다.
특히 1·4분기 민간건설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2% 추락했다. 내년 경기는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부동산대책은 지금까지와는 다소 성격을 달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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