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투자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건설경기마저 경착륙(硬着陸)할 경우 내수 회복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투기는 잡되 경기는 살린다’=경제정책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투기는 막되 건설경기 연착륙 정책을 통해 경기는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는 일관되게 “건설투자는 내수 창출의 효과가 큰 만큼 건설경기가 급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건설경기 연착륙 대책은 경우에 따라서는 현 정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 안정대책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분배 악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선 투기는 막으면서도 부동산경기는 살리는 ‘줄타기’를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상등이 켜진 건설 경기=22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건설 수주는 올해 들어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건설 수주는 대체로 1년 뒤 실제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지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白城浚)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건설 수주 증가분의 대부분이 재건축 물량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 강화로 일부 회사는 수주 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은 금융시장도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159조9000억원.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만 해도 42조3000억원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부동산 경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급락하면 소비침체를 초래할 수도=한국의 경우 가계의 자산 구성 중 주택 등 비(非)금융자산의 비중이 높은 점을 지적하며 부동산가격 하락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부설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가계 자산에서 비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3%로 미국(60%), 독일(72%)보다 높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부동산 거래 자체를 막는 상황이 오래가면 장기적으로 소비침체 등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노력도 중요하지만 부동산값이 폭락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연착륙과 경착륙 : 경기 연착륙은 큰 충격을 동반하지 않는 경기 조절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반대로 경착륙은 큰 충격이 따르는 경기 조절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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