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장관 “석유 안정공급… 가격 일정수준 유지”

  • 입력 2004년 4월 6일 17시 33분


알리 이브라힘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사진)은 6일 “세계 석유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산유국들이 조절할 수 없는 가격 요인이 많다”고 말해 국제 유가(油價)가 상당기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나이미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나이미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각국이 안정적으로 석유 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하지만 석유시장에는 수많은 공급자가 있는 데다 통제되지 않는 각종 변수들로 인해 미스매치(수급불일치)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석유 공급 제한 경고 △나이지리아 석유산업 근로자들의 파업 △이라크 사태 △미국의 석유 정제능력 부족 등을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거론했다.

특히 국제 투기세력에 대해 “연기금 등 각국의 여유자금이 석유시장에 가세해 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세계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가 전망이나 목표가격 조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지만 “가격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해 큰 폭의 가격하락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이미 장관은 지난달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에서 “북반구의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데다 원유 재고가 늘면서 유가의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사우디는 이미 감산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OPEC의 감축 결정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한편 그는 사우디의 플랜트, 발전소, 신도시 건설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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