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재생 가능 에너지 놓고 대립

  • 입력 2004년 6월 4일 16시 43분


아무리 써도 바닥나지 않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사용 확대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대립구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특히 1~4일 독일 본에서 120여개국 각료와 산업계 인사들이 참가해 열린 '국제 재생가능 에너지회의(IREC)' 회의장은 미국과 유럽의 입장이 분명하게 갈린 현장이었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석유와 석탄 원자력 대신에 고갈되지 않는 태양과 바람 물 생물체 등을 활용해 만든 녹색 동력. 최근 세계 원유가의 고공행진과 중동 원유시설에 대한 테러범들의 공격 가능성으로 각국의 관심이 커지는 추세이다.

▽2년 만에 갈등 재연=독일과 영국 등은 2002년 열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정상회의'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일정과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호주의 반대에 가로막혀 일정과 목표는 채택되지 못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년 뒤 독일에서 IREC를 개최하겠다고 나서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국과 독일 대표 간에 가시 돋친 설전이 오고갔을 구체적 일정과 목표를 채택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는 폐막과 동시에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증진을 위한 130여개 항목의 행동계획과 권고안 등을 발표했지만 구속력이 없는 한계를 지녔다.

▽엇갈린 주장의 배경=미국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사용여부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시장에서 화석연료와 원자력, 재생가능 동력이 서로 경쟁해 유리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150년 넘게 에너지시장을 장악해온 석유 메이저들을 의식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같은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기후변화협약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반면 독일은 에너지 시장의 자유방임주의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유르겐 트리틴 독일 환경장관은 "독일은 2020년까지 전력수요의 2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법률에 이를 명문화했다"고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일은 유가 상승과 테러 위협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하며 정부가 나서 세계 에너지 공급의 2%를 차지하는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기술 발전으로 10년 전보다 풍력 발전은 30%, 태양력 발전은 50% 비용이 낮아졌다는 것.

한편 독일은 개발도상국에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지원금으로 5억 유로(약 7000억원)를 지원하고 세계은행도 현재 연간 지원자금 2억70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앞으로 5년 동안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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