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최근 일제히 악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일찍 둔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46달러(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를 돌파하면서 각국 생산과 소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같은 ‘해외발 악재’로 내수 불황 속에서 수출에만 의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6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와 일본 및 유로권(유로화를 쓰는 12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을 근거로 세계 경제가 지금까지의 호황 국면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14일 보도했다.
13일 발표된 6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558억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월스트리트의 경제전문가들이 당초 전망한 470억달러보다 88억달러나 많은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2·4분기(4∼6월) 성장률(이하 연율 기준) 잠정치가 이미 발표된 3%에서 2.5%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미시간대가 조사한 8월 미 소비자 신뢰지수도 7월의 96.7에서 94.0으로 떨어졌으며 8월 소비자 기대지수(향후 1∼5개월간의 전망치) 역시 84.7로 전달(91.2)보다 6.5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도 성장세가 꺾이는 분위기다. 1·4분기(1∼3월) 일본 경제성장률은 전(前)분기 대비 6.1%에 달했지만 2·4분기에는 1.7%로 급락했다.
특히 물가 변화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0.3% 떨어져 5분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로권 12개국의 2·4분기 성장률도 2.0%에 그쳐 1·4분기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갔다.
이처럼 예상보다 저조한 각국 경제지표는 정보기술(IT) 경기의 부진에 따른 소비 및 생산 감소와 함께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유가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3일 WTI는 전날보다 1.16달러 상승한 배럴당 46.59달러, 중동산 두바이유는 0.36달러 뛴 38.9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1일보다 20.4%나 올랐다.
다국적 금융그룹인 ING의 마크 클리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승 국면의 경기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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