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외국인 '셀 코리아'인가

  • 입력 2004년 5월 10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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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이후 '바이(buy) 코리아'를 주도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이 '셀(sell) 코리아'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한국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10여 일 간의 주가 하락폭이 1997년 외환위기에 육박하는 수준에 달했다.

▽외국인 '셀 코리아'인가=외국인들은 4월27일 이후 이날까지(9 거래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두 2조6000억여원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이날 주가하락폭이 심해지자 장중 한때 600억원에 이르던 매도규모를 장막판에는 300억원대로 절반가까이 줄였다. 한국주식을 팔면서도 발빠르게 '저가 매수'에 들어가는 등 기민한 매매패턴을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까지 한국물을 매도한 외국인 세력들은 대부 '작년 9월 이후 한국에 들어온 헷지펀드라고 분석한다. 이들이 들여온 자금규모는 3조원 안팎. 최근 2조6000억원 가량 매도하면서 헷지펀드의 매도공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이 갑작스럽게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 쇼크(중국 경제 긴축우려) △미국 금리인상 임박 △고유가 등 증시 외부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

이런 이유 때문에 이날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아시아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한국은 그동안 '중국효과'와 '저금리 기조'의 최대 수혜국이었으나 이런 호재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더 컸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국 수출전선에도 상당한 먹구름이 끼일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

▽취약한 한국증시=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셀 코리아'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한국 증시의 투자매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는 게 외국계 증권사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증권 상무는 "한국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꺾인 것은 확실하다"며 "중국쇼크와 금리상승, 유가인상 등 해외변수에 가장 취약하다는 게 한국경제의 최대 약점"이라고 진단했다. 윤상무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5.5%에서 5.0%로 낮췄다고 덧붙였다.

폴 암스트롱 KB투신운용 상무는 "중국 경기의 '슬로우 다운'은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재욱 UBS증권 지점장은 "한국증시의 주가하락폭이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큰 것은 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국내 매수세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은 당분간 금리인상 리스크를 줄이기위해 좀더 주식을 내다팔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부문이 취약한 것도 한국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다.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은 "조기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는 물건너 간 것 같다"며 "외국인들도 내수부진이 한국증시 상승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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