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네트워크]‘야간 박사과정’ 금융계 11명

  • 입력 2004년 8월 15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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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증권 이철순 투자전략팀장(40)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할 때까지 주식과 채권 시장을 쳐다보며 투자전략을 세우는 일을 한다. 그러나 퇴근한 뒤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변신한다.

그는 올해 3월 서강대 경제학과의 ‘야간 박사학위 과정’에 입학했다. 혼자가 아니라 은행인, 증권회사 이코노미스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경제계 동료 11명이 함께 공부를 시작한 것.

우리은행 장석환 차장, 신영증권 김승현 이코노미스트, 대한투자증권 소재용 이코노미스트, 동원증권 김영준 이코노미스트, 한국투자증권 김재은 대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나수엽 전문연구원, 롯데경제연구실 전준모 수석연구원, 김민태 IRISIR컨설팅 대표 등이 그 주인공.

서강대 학부나 석사과정을 졸업한 이들은 오래 전부터 모임을 만들어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아 오던 사이. 그러다 지난해 가을 “경제 전망과 분석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더 배워야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함께 모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강의 시간. 보통 대학원 박사과정은 주간에만 수업이 있다. 이들이 지금 체제에서 공부를 하려면 낮에 시간 여유가 있는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기거나 휴직을 해야 할 판이었다.

이런 딱한 사정을 안 교수들은 다른 일반 대학원생 등의 양해를 얻어 원래는 없던 ‘야간 강의’를 개설해 줬다. 올해 3월 오후 6시 반에 시작해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강의가 처음 열린 것.

이론으로 무장한 교수와 경제 현장을 뛰는 학생 11명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교수가 이론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듣고 받아 적는 방식이 아니라 이론과 현실을 접목한 다양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

이 팀장은 “평생직장이 사라진 마당에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현장 동료들과의 네트워크도 더 튼튼해져 업무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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