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대박 광풍’에 휘말리게 했던 10회차 로또복권의 뚜껑이 열리자 시민들 사이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당첨 확률을 실감하고 ‘다시는 로또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소신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미 삼아 계속 사겠다는 끈기파도 생겨나는 등 시민의 반응이 다양했다.
▽과장된 당첨금액에 허탈=4등에 당첨된 회사원 진모씨(24·여·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지난번 4등 당첨금이 26만원이라 이번에는 260만원이 넘을 줄 알았는데 당첨금이 2만7000원이라는 소식에 기분이 상했다”며 “당첨금액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식당 종업원인 왕일영(王一永·23·서울 성북구 석관동)씨는 “이번 한번만이라는 생각으로 월수입 100만원 중 30만원을 떼 로또복권을 샀는데, 5등(1만원) 1장만 당첨돼 하루종일 허탈했다”며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로또복권의 착각 효과=전문가들은 로또복권의 당첨 확률이 다른 복권에 비해 크게 낮은데도 구입자들이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근거로 드는 것은 ‘랭거의 통제착각 이론’. 이에 따르면 번호가 인쇄돼 나오는 주택복권식 복권과 달리 자신이 번호를 직접 기입하는 복권에 대해서는 자기 위주로 해석에 빠지기 쉬워 마치 당첨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것.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李勳求) 교수에 따르면 78년 미국에서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의 복권에 당첨된 7명 등 당첨자 22명의 1년 후 행복점수를 비교한 결과 당첨자의 평균 행복점수는 5점 만점에 3.33점으로 일반인(3.82점) 척추부상자(3.48점)에 비해 각각 낮았다는 것. 이는 주변으로부터의 시달림과 당첨 이후의 삶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보통사람이 행복하게 느끼는 것에 대한 감흥을 잃게 되는 탓 등으로 분석됐다.
▽로또 상금 어떻게 나뉘나=이번 13명의 1등 당첨자 가운데 서울 3명, 경기 6명 등 9명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이어 대구 북구, 경북 칠곡, 충남 아산, 부산 금정구 등 4곳에서 1명씩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국민은행은 “로또 판매금액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당첨자가 수도권에서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운영자측은 이번에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데다 정부가 다음 번 11회차부터 당첨금 이월 횟수를 5회에서 2회로 제한했기 때문에 로또 열풍은 다소 수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