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옷은 절반 이상 친척들에게 물려받았고 김치냉장고도 가까운 이웃이 새걸로 바꿀 때 얻어온 것이다. 심지어 고무장갑도 구멍을 땜질해서 쓴다.
남씨의 남편은 크지 않은 식품업체의 이사다. 전세를 끼긴 했지만 경기 구리시 토평지구에 분양받은 34평형 아파트도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짠순이’ 생활을 해야 할까.
남편의 연봉은 세전(稅前) 기준으로 4000만원. 법정관리 업체지만 이사라는 직급이 무색하다. 남씨가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연 700만원. 고 2, 중 1 두 딸을 키우기엔 버거운 소득이다.
“1998년에는 6개월간 월급이 안 나왔는데 제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근근이 버텼습니다. 월급이나마 꼬박꼬박 가져다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남씨의 소박한 바람은 요즘 위태위태하다. 98년 법정관리 이후 꾸준히 좋아졌던 남편 회사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 매출이 크게 줄었다. 위기의식에 남씨 가족은 여름휴가를 영화 한 편 보는 걸로 때웠다.
요즘은 물가마저 크게 올라 남씨를 괴롭힌다.
남씨는 동작구 사당동까지 부업을 다니는데 7월부터 지하철 요금이 640원에서 800원으로, 마을버스 요금은 350원에서 600원으로 올랐다. 되도록 걸어 다녀도 한 달 교통비는 1만원 넘게 추가됐다.
남편은 재작년에 1500cc차를 그랜저로 바꾼 걸 요즘 후회하고 있다. 출근시간이 이르고 교통사정이 나빠 차를 몰아야 하는 남편은 기름값을 올해 초보다 한 달에 7만원은 더 쓴다.
채소나 과일값도 천정부지다. 유기농 야채가 유행이라지만 남씨에게는 남의 얘기. 시장이나 슈퍼마켓 ‘떨이상품’이 고작이다. 그래도 작년보다 30%는 올라 올해 추석이 걱정이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 교육비 앞에서는 어쩌면 사소해 보인다. 큰딸 수학 과외비는 월 30만원, 개학하면 독서실비로 월 10만원이 추가된다. 종합보습학원과 속독학원에 다니는 둘째 딸 과외비는 월 50만원선.
“강남 아이들은 과목당 60만원하는 과외도 두세 개씩 받는다는데…. 과외를 더 시켜야 하나 생각도 하지만 형편상 어쩔 수 없으니까 비교하질 말아야지요.”
교육비로 거의 100만원이 나가니 생활비는 최대한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
외식은 안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헤어드라이어도 잘 쓰지 않는다. 10년 만의 무더위였지만 선풍기도 아껴가며 올여름을 보냈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쓴 뒤 그 물에 걸레를 빠는 식으로 수도요금도 아낀다. 양말은 늘 흰색으로 사서 한 짝이 떨어지면 다른 성한 양말과 신는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그나마 지금 수준이면 열심히 살 자신이 있거든요.”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다음은 교육비까지 아끼는 가정이 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원 원장의 이야기가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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