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살기 어떻습니까]<6>자동차 영업사원

  • 입력 2004년 9월 2일 17시 31분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영업사원들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호소를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윤상일씨가 신차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변영욱기자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영업사원들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호소를 쏟아내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윤상일씨가 신차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변영욱기자
‘오늘은 어떤 빌딩을 타야 하나….’ 1일 오전 영업소 문을 나선 기아자동차 윤상일(尹相日·30·서울 퇴계로지점)씨의 가슴은 꽉 막힌 도로만큼이나 답답했다.

자동차 영업사원 4년차. 영업소에서는 일 잘하기로 소문났다. 이젠 제법 이력이 붙었건만 영업소를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건 입사 첫해보다 지금이 더하다.

예전에는 영업사원끼리 하는 말로 ‘빌딩을 타면’ 한두 건은 건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용 건물을 오르내리며 명함을 뿌리면 신차 상담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명함 100장을 돌려봤자 눈 한번 맞추기도 어렵다. 명함 건네는 손길만 무색하다. 간혹 말을 붙이는 고객은 차를 고쳐달라는 애프터서비스(AS)나 중고차에 대한 문의뿐이다. “어쩔 수 있나요. AS 상담이라도 열심히 해야지요. 하지만 빌딩 한번 타고 나면 맥이 쑥 빠집니다.” 사무실로 직접 걸려오는 전화도 작년에는 신차 상담이 80% 정도였지만 올해는 AS나 중고차 관련이 60%를 넘는다.

판매 실적이 뚝 떨어졌다. 올해는 작년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한 달에 두세 대 팔기도 버겁다. 승용차가 부진하면 화물차라도 팔려야 하는데 이도저도 어렵다. 개인사업자들마저 차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월말 마감 때면 피가 마릅니다.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어디론가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가끔 차를 사겠다는 고객을 만나도 신용조회부터 하는 게 버릇이 됐다. 할부 매입을 의뢰했는데 정작 조회해 보면 신용불량인 경우가 많아서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수입도 많이 줄었다. 서울 강북에 사놓은 아파트 대출 이자 갚기도 버겁다.

“살림살이도 친구나 동호회로부터 구해서 마련했습니다. 밥통 하나까지 제 돈으로 산 게 없어요. 하지만 경기가 나빠져서 대출금 갚는 데 허리가 휩니다.”

윤씨는 그나마 다행이다. 판매 수당 외에 기본급이 일정 정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빠듯한 수입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결혼요? 수입이 이렇게 들쭉날쭉한데 어떻게 결혼을 생각하나요. 경기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지요.”

느는 게 담뱃값과 휴대전화 요금이다. 배터리 2개를 갖고 다니며 하루 종일 전화를 걸어보지만 별반 소득이 없다. 대신 한 달에 최고 30만원에 이르는 전화요금만 쌓인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다음에는 개점 이래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는 음식점 사장의 이야기가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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