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돈 굴릴데가 없어…차라리 해외로”

  • 입력 2004년 7월 5일 17시 59분


서울 강남에서 대형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5)는 지난달 약 10억원을 투자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2호점을 냈다. 3년째 운영해 온 찜질방이 최근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면서 해외에 직접 투자하기로 한 것.

박씨는 “찜질방 한 곳을 더 짓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을 알아봤지만 땅값도 비싸고 경기도 안 좋아 포기했다”면서 “강남에 있는 찜질방도 조만간 정리해 미국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초 중국에 아들을 유학 보낸 사업가 김모씨(49)도 올해 3월 2억원을 투자해 베이징에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음식점을 열었다.

김씨는 “국내에는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중국에 투자했다”면서 “최근 한국인 관광객도 늘고 중국 경기도 좋아 수입이 제법 쏠쏠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에 이어 개인 및 개인사업자들도 해외직접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62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53건보다 76.8% 늘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7900만달러보다 94.9% 증가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이뤄진 전체 해외 직접투자(2억5400만달러) 가운데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이 2800만달러(11.1%)를 차지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대를 넘어섰다.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월 평균 해외 직접투자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월 평균 해외 직접투자 건수는 125건으로 지난해 월 평균(82건)보다 절반 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해외 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개인 및 개인사업자 비중도 △2002년 33.9% △2003년 36.4% △올 들어 5월까지 43.9%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주로 단순 가공이나 부품조립과 같은 소규모 제조업, 부동산 임대와 같은 부동산서비스업, 숙박·음식업 등이 주를 이룬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처럼 성장속도가 빠르고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이나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한 미국 등 선진국이 주로 선호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이영수 해외투자분석팀장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기 시작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해외 직접투자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는 국내 내수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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