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내년에는 조세부담률(국내 총생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당초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선진국들의 평균 조세부담률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3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함에 따라 해 재정은 외환위기직후인 1998년이후 6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해 한국경제의 방파제라고 불리는 재정의 건전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9월 2004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22.8%였던 조세부담률이 특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내년에는 0.2%포인트 떨어진 22.6%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10월 이후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올리면서 그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부터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대폭 올라 정부가 당초 전망한 조세부담률하락을 기대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부터 재산세 과표 산정 때 적용되는 가감산율(加減算率)이 면적 기준에서 평가액이 비싼 국세청 기준시가 기준으로 바뀌고, 땅에 붙는 종합토지세도 전국 평균 과표 현실화율이 현행 36.1%에서 39.1%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전국 평균 기준으로 3~5배 가량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 등록세도 세율은 변하지 않지만 취득자 신고 금액이나 지방세 과세 시가 표준액 중 높은 금액 대신 실거래가 기준으로 징수하는 만큼 30~50% 가량 늘어난다.
양도소득세도 과세 기준인 국세청 기준시가가 오르고,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탄력세율(15%포인트)이 적용돼 예년 평균 징수액 2조원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OECD소속 국가들의 조세부담률은 2000년 37.1%를 고비로 2001년 36.9%, 2001년 36.2%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법인세 인하는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을 반영하지 않은 조세부담률 하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경쟁력 평가에서 18위를 차지한 한국이 세금 징수 분야에서는 47위에 그치는 등 조세환경은 후진국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정부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세금으로 경기 부양이나 투기 억제를 하다보니 세제(稅制)가 복잡해지고 세율도 높아져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쳐왔다"며 "세원(稅源)을 넓히는 대신 세율(稅率)을 낮추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철휘(李哲徽) 재경부 국고국장은 "조세부담률이 올라갈지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속단하기 힘들다"며 "부동산 세금 인상으로 거래가 줄어들면 세수가 줄어드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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